

'진뫼 오리길(지은이 김도수, 펴낸 곳 푸른사상)'은 지은이가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고향인 ‘진뫼’를 향한 그리움을 길어 올려 시를 쓴다. 이 시집은 시인이 평생 살아온 ‘진뫼 오리길’과 함께하는 여정의 기록이자 영원한 고향을 노래하는 희망곡이다.
시인이 시를 쓰는 일은 자기 안에 그리움의 등불 하나를 밝히는 일이다. 현실에서의 삶이 한낮을 지나 저물어가게 되면 시인들은 내면에 그리움의 등불을 내건다. 등불은 시인이 살아온 이전의 모든 삶을 에너지 삼아 타오르는데, 이 뜨겁고 벅차오르는 순간이 오면 마침내 시인의 영혼이 세상을 향해 열린다. 그 열린 틈으로 첫눈처럼 한 송이 한 송이 떨어져 내리는 언어를 시라고 부를 수 있다면, 김도수 시인의 시는 그리움으로 점철된 영혼이 자기 내면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고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시가 고백의 형식으로 표현되는, 도달하지 못할 자기실현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도 있다. 오랫동안 우리의 시는 어떤 염원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염원이란, 알다시피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불가능 앞에 자기의 전부를 내놓는 일이다. 자기 전부를 걸고도 끝내 도달하지 못할 어떤 세계, 끝내 실현되지 못할 이야기, 그게 시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김도수 시인에게 그리움의 대상이자 도달하지 못할 세계는 단연코 ‘진뫼’다. 진뫼는 그가 나고 자란 곳이자 떠난 곳이며 오랜 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돌아온 곳이다. 그런데 과연 그는 진실로 진뫼에서 ‘나고’ ‘자라’ 진뫼를 ‘떠나고’ 다시 진뫼로 ‘돌아온’ 것일까? 그의 연대기적 행적(行蹟)은 그 같은 물음이 무의미하다고 항변한다. 그의 세속적인 이력서는 그가 진뫼에서 나고 자라 떠나고 돌아온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시 묻고 싶은 이유는 그를 살아가게 한 근원이자 그의 영혼이 때때로 깃들고자 했던 그의 심적(心跡), 즉 마음의 자취를 살펴보고 싶어서다.
문신 시인(우석대 교수)은 "시인의 시는 이렇게 ‘너’로 존재하는 것들을 향한 ‘나’의 진심들을 담고 있다. ‘나’ 아닌 존재와 세계를 향한 애정이 ‘나’를 넘어설 때 비로소 ‘너’에게 닿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시인의 삶은 줄곧 자기를 넘어선 곳, 즉 ‘너’의 세계가 시작되는 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곳에서 시인은 ‘너’의 삶을 마주한 채 ‘나’를 바로 세운다. ‘너’로 인해 ‘나’가 살아갈 수 있다는 비밀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놓았다"고 했다.
시인은 "부모 형제, 마을 사람들, 고향 산천을 잘 만나 행복이란 단어를 늘 가슴에 품고 살 수 있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자식들에게 많은 정을 주고 가신 부모님. 그 정을 그대로 물려받은 일곱 형제가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
가슴에 붙어 떨어져 나가지 않은 유년 시절 기억의 편린들,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종이에 새겨야 하는 수술이 필요했다. 그러나 오늘 밤부터 꿈속에서 고향 찾아가는 길 헤맬까 봐 두렵다"고 했다.
작가는 임실 진뫼마을에서 아버지 김동팔과 어머니 조남순 사이에서 여섯째로 태어났다. 팔려버린 고향 집을 12년 만에 샀고, 사라진 마을 앞의 징검다리를 다시 놓았다. 외지로 끌려간 허락바위를 12년 만에 찾아오고, 시름시름 앓던 정자나무를 보살피고 치료해줘 제13회 풀꽃상을 받았다. 고추밭 가장자리에 부모님 그리워하는 사랑비를 세워 막걸릿잔 올리며 산다. 시집 '진뫼로 간다'. '진뫼 오리길', 동시집 '콩밭에 물똥', 산문집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 '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 등을 펴낸 바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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