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은채야 건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7월 17일 14시37분

허성철 사진가가 22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청목미술관에서 15번째 개인전 ’가족~은채 My Family~EunChae‘를 갖는다.

지난 2000년 자신의 두 아이 성장 과정을 담은 ‘가족’ 전 이후 25년 만에 갖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손녀 ‘은채’를 기록한 62점의 사진이 전시된다.

은채 생일이면 해마다 동명의 책을 만들어 선물한 작가는 3번째 생일을 맞는 올해에는 전시까지 기획했다.

할아버지 시선으로 기록한 손녀의 기록 사진이면서, 먼 훗날 은채가 자신의 아이를 키울 때 이 책(가족~은채)를 보면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한 이야기꽃 피울 것을 기대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은채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의 엄마·아빠와 할아버지를 더해, 세대를 넘나든 사랑과 따스한 정이 넘치는 가족을 표현했다.

많은 사람들이 들로, 산으로 유명 관광지를 누비며 멋진 사진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작가는 자주 보고, 겪는 주변에서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은 더없이 좋은 촬영 대상이다. 봄꽃, 가을 단풍, 겨울 설경보다 은채가 자라는 모습이 더 예쁜 것을 어쩌란 말인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2년 8월에 태어난 은채를 한 달 뒤, 병실 번호 ‘602호’라 부르며 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처음 만났다.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다.

사진은 황달 치료를 받던 아이가 2022년 11월 엄마 품에 안겨 일본으로 떠난 가족여행을 시작으로 코로나에 걸려 진료받고, 엎어져 바둥거리는 모습, 발레를 배우고 물놀이를 하며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자기 생각을 똑 부러지게 말하며, 캐리어를 끌고 공항 청사를 질주하고, 핑크색 드레스를 좋아하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머리핀을 매만지는, 멋을 아는 예쁜 소녀로 자란 모습을 볼 수 있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모습의 은채 엄마‧아빠 사진~스푼을 입에 물고, 엎어져 잠들고, 포도 신맛에 찡그린 표정, 카메라 들고 사진을 찍고, 입 주변에 잔뜩 묻은 아이스크림, 세발자전거 아빠와 퀵보드를 타는 은채가 있다.

또, 작가 자신의 한복을 입은 돌맞이 사진과 밀짚모자를 쓰고 엎드려 찍은 사진을 은채와 엄마•아빠까지 60여 년을 넘나든 사진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세대가 다름에도 한 장의 사진에 담기는 것, 그것이 바로 사진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게 누구게“ ”은채!“ 이런 말을 주고받으며 전시장을 누빌 은채를, 책자를 넘기면서 ’은채네. 은채‘를 되뇔 모습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얼굴이 보이는 전화를 해서 휴대전화 화면에 코 뽀뽀를 하고, 아껴둔 사탕을 챙겨주던 녀석이 이제는 화상통화를 해도 바쁘다며 할아버지 마음을 안달 나게 하는 녀석, 스스로 개구쟁이라 칭하는 은채를 보며 사랑으로 이어진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작가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단순한 이미지를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기억의 한계를 넘어 시간을 시각화할 수 있는 것이라 믿고 있다.

그동안 작가는 ’전주를 기록하다‘는 타이틀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전주가 개발되어 변해가는 모습을 기록해 전시와 함께 3권의 책자를 펴냈다. 또, 사진, 페인팅, 드로잉, 포토샵을 이용한 포토페인팅 작업을 통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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