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창]“한우법 제정, 왜 지금 반드시 필요한가?”

한우는 단순한 산업이 아닌 지켜야 할 자산이며, 미래한우법은 농가와 소비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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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는 대한민국 축산업의 상징이자 농촌 경제의 핵심 자산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고품질 프리미엄 육류로 소비자의 신뢰를 받아온 한우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우리 농업의 자존심이자 국민의 식탁을 지켜온 대표적 유산이다. 그러나 지금, 이 소중한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급격한 생산 증가, 소비 위축, 수입육 압박, 사료비 급등 등 네 가지 복합적 요인이 한우산업을 흔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장은 자율 조정의 한계를 넘어 무질서한 혼란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한우산업의 몰락은 시간문제가 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한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즉 ‘한우법’은 매우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 법은 단순한 규제 장치가 아니라, 시장의 무한경쟁 속에서 농가와 소비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망이다. 한우 자급률 목표를 설정하고 적정 사육 규모를 유지하여 한우가격을 안정화하는 것, 경축순환농업으로의 전환과 저메탄 사료를 개발·보급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 등이 ‘한우법’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 한우법이 필요한가?

첫째, 지금까지 한우산업은 과도한 민간 자율에만 의존해 왔다. 수급 조절 없이 경쟁적으로 사육두수를 늘려온 결과, 가격은 급락했고 농가는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중소 한우농가는 그 피해를 가장 먼저, 가장 크게 겪고 있다.

둘째, 현재의 사육 방식은 환경적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평균 30개월이 넘는 사육기간은 사료비 부담과 질병 리스크를 증가시키고, 이로 인한 생산원가 상승은 산업 전반의 수익 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 또한 장기 사육은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켜 국제 ESG 기준과 탄소중립 시대의 흐름과도 충돌한다.

셋째, 유전자원 보호와 품질 관리 역시 시급한 과제이다. 체계적인 혈통 관리와 유전체 기반 개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우의 고품질 경쟁력은 언제든 붕괴될 수 있다. 한우법은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품질 개선과 유전정보 보호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사육기간 문제 역시 중요한 논점이다. 현재 한우의 평균 사육기간은 30~32개월에 달하며, 이는 생산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현행 등급제가 오히려 장기 사육을 유도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짧게 키우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되는 기형적 구조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육질 중심의 등급제에서 벗어나 경제성과 환경성, 지속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한 새로운 축산 기준이 필요하다. 바로 이 전환의 디딤돌이 ‘한우법’이다. ICT 기반 스마트축산, 유전개량, 맞춤형 사양관리 기술이 함께 뒷받침된다면 24개월 이내 출하도 충분히 가능하며, 국가가 이 전환을 주도하고 농가에 실질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한우법은 생산 조절, 가격 안정, 유통 투명성, 품질 강화, 환경 대응이라는 다섯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한우산업을 제도적으로 ‘설계’하려는 시도이다. 특히 수급 조절 기능은 사육두수 자율조절이라는 형식을 통해 농가 자율성과 행정 개입 사이의 균형을 도모하려는 노력을 담고 있다. 또한, 소비자의 요구가 고도화되고 있는 지금, 생산부터 유통, 가공, 소비까지 전 단계를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하고 관리하는 정책 설계가 필수적인데, 한우법은 이 통합적 정책 추진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한우는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지켜야 할 자산이며, 우리가 책임져야 할 미래다. 더 이상 생산을 무작정 늘리고, 가격 하락에 따라 보조금을 뿌리는 임시방편으로는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산업을 법의 틀 안에서 조정하고, 농가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생산하도록 만드는 것, 바로 이것이 ‘한우법’의 본질이다. 이 법이 농가에게는 생존의 기회이고, 소비자에게는 품질에 대한 신뢰이며, 국가에게는 농축산업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양성빈(전 전북자치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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