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학(지은이 김선희, 펴낸 곳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은 한국 사상가와 철학적 개념을 탐구하여 우리 안에 잠재한 사유와 문화의 근원을 이해하기 위해 기획·발간한 ‘사유의 한국사’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이 책은 서학(西學)을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지식의 장으로 접근하면서, 기존의 서학 연구가 단지 서양 문물의 일방적 수용이나 과학과 종교의 이분법적 구분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한계를 지적한다. 즉, 조선의 지식인들은 서학을 단순히 근대성이나 발전된 과학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학문적 맥락과 사회적 필요에 따라 선택적이고 창조적으로 수용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은 ‘서학’을 주제로 동아시아와 서양 사이의 학문적이고 문화적인 접촉과 그로 인한 다양한 변화를 심도 있게 다루는 동시에 연구사를 정리한다. 특히 16세기 말부터 예수회 선교사들이 중국과 조선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서양의 철학, 종교, 과학지식을 전파한 과정을 분석한다.
또, 서학의 수용 과정에서 발생한 정치적·사상적·종교적 갈등과 긴장,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도 깊이 있게 분석한다. 조선 지식인들은 서학을 수용하면서 유학적 전통과 서양의 지식체계를 결합시키거나 변용하는 창조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성리학 중심의 지적 토대가 흔들리고 새로운 사상적 흐름이 형성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지식인들은 서학이 제공하는 새로운 세계관과 지식의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겪었으며, 이는 신유박해와 같은 역사적 사건으로까지 이어져 결국 서학의 근대적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내린다.
지은이는 동서비교철학 및 한국철학 전공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다.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예수회의 중국 진출로 시작된 서양 철학과 자연학의 동아시아 전이와 그에 따른 동아시아 학술의 변화를 중심으로 연구 주제를 확장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마테오 리치와 주희 그리고 정약용', '하빈 신후담의 돈와서학변', '서학, 조선 유학이 만난 낯선 거울', '숙종 시대 문명의 도전과 지식의 전환' 등이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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