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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덥다고 찬물만 찾으면 위가 망가진다. 여름철 소화기 건강 수칙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7월 06일 14시08분

여름이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시원한 것을 찾는다. 냉장고에서 꺼낸 찬물 한 컵, 얼음이 둥둥 떠 있는 아이스커피, 차가운 냉면과 콩국수, 입 안이 얼얼해지는 빙수 한 숟갈까지 무더위 속에서 이런 음식들은 일종의 피서처럼 여겨진다. 땀을 흘린 뒤 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은 많은 이들에게 일시적인 청량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 순간의 시원함이 반복되면, 몸속 특히 위장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을 수 있다.

위장은 음식물의 소화를 시작하는 핵심 기관이다. 음식이 들어오면 위산과 소화 효소가 분비되고, 위벽의 연동운동을 통해 잘게 분해된 음식물은 소장으로 이동한다. 이 복잡한 과정은 인체의 정상 체온인 약 36.5도 내외의 따뜻한 환경에서 가장 잘 작동한다. 그런데 여기에 차가운 음료나 냉 음식이 들어오면 위장 점막의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고, 위산 분비가 억제되며, 위장 운동이 둔화된다. 결과적으로 소화가 지연되고 음식물이 위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소화불량, 복부 팽만, 트림, 더부룩함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기 쉽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 찬물을 마시는 습관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냉수를 마시는 사람들은 위장에 직접적인 자극을 가하는 셈이다. 공복일 때 위 점막은 상대적으로 민감한 상태인데, 이때 차가운 자극이 가해지면 위산과 소화 효소 분비의 균형이 흐트러지기 쉽다. 반복되면 위염이나 과민성 위장 증후군, 심한 경우 만성 위장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방에서는 위장을 따뜻한 기운이 머무는 중심 기관으로 본다. “위는 따뜻해야 생명이 자란다”는 말처럼, 따뜻한 음식은 위장을 부드럽게 자극하고 소화기계 전체의 기능을 돕는다. 반면 냉한 음식은 위장 기능을 위축시키고, 위산 분비와 장운동을 억제하거나 교란시킨다. 여름철에 소화불량, 식욕 저하, 복통, 설사 증상이 많아지는 것은 단순히 더위 때문이 아니라, 위장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반복되는 냉 자극의 영향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증상들이 반복되고 누적되면 단순한 소화 장애를 넘어 전신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위장에서 소화가 잘되지 않으면 영양소 흡수도 저하되어 피로감이 누적되고 면역력도 떨어진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처럼 위장 기능이 약한 사람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여름철이 되면 이유 없이 입맛이 떨어지거나, 식사 후 속이 더부룩하거나, 하루에 여러 번 설사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그렇다고 여름철에 찬 음식을 전혀 먹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균형과 방식이다. 냉면이나 콩국수를 먹고 싶다면 따뜻한 국물이나 차를 곁들이는 것이 위장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찬물도 공복보다는 식사 중간이나 식후에 소량 섭취하는 것이 좋고, 아침에 마시는 물 한 잔은 냉수보다는 미지근한 온도의 물이 위장을 깨우는 데 더 적합하다. 식사 전후에 따뜻한 차를 마시는 습관은 위장 기능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음식 재료 선택에서도 위장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양배추, 감자, 바나나, 당근, 브로콜리 등은 위 점막 보호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위장이 민감한 사람일수록 너무 맵고 짠 음식, 튀긴 음식,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불규칙한 식사 시간이나 야식, 과식 또한 위장을 혹사하는 원인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식사는 되도록 일정한 시간에, 과하지 않은 양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과 수면 또한 소화기 건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가벼운 걷기나 복부 중심의 스트레칭은 위장 혈류를 개선하고 장운동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반면 수면이 불규칙하거나 야식을 자주 먹는 생활은 위장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여름철에는 늦은 밤까지 활동이 잦아지기 쉬운데, 이런 생활 방식은 소화기계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수면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늦은 시간엔 되도록 음식 섭취를 삼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위장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장기 중 가장 많은 일을 하면서도 가장 무심하게 다루는 곳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다고 해서 건강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평소의 식습관과 생활 습관이 위장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속이 불편한 것 같긴 한데,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넘기지 말고, 평소보다 더 예민하게 위장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무더운 여름, 얼음물 한 잔이 속까지 시원하게 해줄 것 같지만, 위장은 조용히 비명을 지르고 있을지 모른다. 더울수록 몸속은 따뜻함을 원한다. 하루 한 끼, 미지근한 물 한 잔, 따뜻한 국물 한 숟갈이 위장을 살리는 작지만 강력한 실천이 될 수 있다. 여름철 건강 관리의 시작은 위장부터다. 이 계절, 몸보다 먼저 속을 따뜻하게 돌보는 것이 진짜 건강한 여름을 만드는 지름길이다./유승오(전주 서곡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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