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상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저에게 오신 모든 인연들은 한 생애 동안 내내 은혜였습니다. 저의 운명들은 은총이었고요.철철이 오신 모든 꽃들이 영광이었습니다. 우리 가족, 무도 형제 자매와 아내와 아들 딸 모두모두 듬뿍 사랑입니다. 풀잎 위에 잦아지는 한 끗의 바람으로 노을 얹히는 산길을 오릅니다'
소재호 시집'나비, 선율의 시(펴낸 곳 인간과 문학사)는 삶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이 깃든 달관의 세계를 70여 편의 시로 풀어낸다.
‘검은 의상 안 섶 볼록한 슬픔의 고임/ 봉긋한 빛남이 차라리 서러워라/ 그의 밤은 차운 이슬만 내려/ 새벽이 와도 음침한 음모의 정원은/ 한 접시 미명/ 고운 세월들 홀로 벌써 시드나니/ 한 송이 검은 허상/ 퍼뜩 한 줌의 어둠이 되는(흑장미 한 송이' 일부)'
오랜 세월 인간의 감정적 경험을 시적 상상력으로 그려온 시인이 삶의 뒤편을 꿰뚫어보는 예리한 시선으로 빚어낸 시편들은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위대한 존재를 형상화한 시들이 많이 보인다.
임명진 문학평론가는“‘소재호는 화이부동의 시인이다’라는 애초의 언명도 이제 다른 차원에서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점이 이쯤에서 더욱 선명해진다”며 “상상의 시력이 확신의 증표가 되고도 남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위대한 존재를 추구해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했다.
‘신이 지상에 내리는 계시 두 가지/ 하나는 허공 가득 채우며 오는 종소리요/ 또 하나는 허공을 비우며 돌아오는 바람의 여울(종소리·9 전문)'
종소리로 13편의 시를 적었다. 시인 개인에게 종이 주는 의미가 남다르겠지만 종에서 나는 소리의 울림이 사람들에게 다가드는 감흥은 일맥상통하는 것은 아닐까.
시인은 오늘도 일상과 삶의 근원 사이를 끊임없이 저울추처럼 움직이면서 시학적 범주를 늘려나가고 있다. 언제나처럼 상투적인 감정을 거부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현재를 사유하고 있다.
시인은 198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전주 완산고 교장, 전북문인협회장, 표현문학회장, 석정문학관장·전북예총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작가' 평론으로도 등단했으며, 성호문학상, 전북문학상, 탄리문학상, 목정문화상,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이명의 갈대', '용머리고개 대장간에는', '어둠을 감아내리는 우레', '압록강을 건너는 나비' ,'초승달 한 꼭지', '거미의 악보', '악성 은행나무' 등을 펴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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