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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벚꽃 그늘에서

신팔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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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아중 천변에 왕벚꽃이 절정에 달했다. 아내와 찾아갔다. 꽃그늘에 묻혀 꽃을 본다. 가지 끝마다 숭얼숭얼 맺힌 꽃송이들! 어쩜 이렇게 화사하고 흐드러졌을까? 봄이면 피는 꽃이지만, 예년과 다르게 한층 더 예뻐 보인다.

갑자기 찾아온 늦추위와 폭설을 견뎌내고 언제 그랬었냐는 듯이 하얗고 보드라운 꽃을 피워냈다. 하늘 궁전 같은 꽃그늘 속에서 겨우내 웅크렸던 몸의 기지개를 켜본다. 심호흡도 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이 봄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을 가슴에 품는다.

꽃이 불러주어 나온 사람들은 봄기운을 맞으며 부담 없이 꽃을 즐긴다. 미소 띤 얼굴로 만발한 꽃에 감동하며 꽃 이야기로 마냥 즐거워하고 있다. 둔덕에 개나리꽃도 활짝 피어 분위기를 더해주어 좋다. 이처럼 벚꽃이 사람을 움직이고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봄의 정취에 모두가 열광한다.

꽃들도 이야기하는 듯 팔랑거리며 날갯짓한다. 봄이 왔으니 새롭게 살라며 손을 흔들어 댄다. 거기에 대꾸하듯 너도나도 꽃을 가리키며 배경 삼아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기 좋다. V자 손가락을 펴고 행복한 순간을 담는다. 혼자 보기 아까운 듯 친구에게 전화하며 카톡을 보낸다. 만발한 벚꽃 그늘 밑에서 봄을 만끽하는 사람들이다.

지팡이를 짚고 손녀의 부축을 받으며 나온 할머니도 있다. “사람도 많고 꽃도 좋구나!” 하며 벤치에 앉아 애들이 노는 것을 보며 젊은 날의 추억을 회상하는 듯싶었다. 쇠약해지는 몸을 따뜻한 봄기운으로 활력을 얻었으면 좋겠다. 주인과 동반한 애완견도 평소보다 활발하다. 서로 만나면 냄새를 교환하고 꼬리도 친다. 앙증맞게 보이는 작은 것에서부터 재래종 백구처럼 큰 놈들까지 다양하다. 남녀노소는 물론 하고 애완견까지 생기 넘치는 봄을 즐기고 있다,

우리가 유원지나 공원에서 볼 수 있는 왕벚꽃의 원산지는 제주도 한라산으로 알려져 있다. 꽃망울 하나에서 다섯 송이 정도가 쌍둥이처럼 함께 태어나 숭얼숭얼하게 가지를 휘감고 피어난다. 산벚나무보다 꽃송이가 많고 조금 일찍 핀다. 우리나라 어느 곳이나 잘 자라고 봄의 전령인 벚꽃은 상춘객을 불러 모으는 마력을 지녔다.

섬진강 화계장터의 십 리 벚꽃길이나 진해 군항제 벚꽃은 일찍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군 간 벚꽃이나 송광사 벚꽃도 구경하기 좋다. 우리 전북지방에서 늦게 피는 벚꽃은 동부 산악지대인 진안고원에서 피는 마이산 벚꽃이다. 같은 수종이지만 기온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를 놓친 사람들은 마이산 벚꽃을 찾는다. 절정기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차량이 주차장을 꽉 메운다. 깊은 계곡 탑영제를 끼고 도는 길에 가로수로 심은 벚꽃은 자연과 어울려 휘황찬란한 아치 길을 만든다. 가로등과 오색 조명이 비치는 밤이면 황홀한 정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벚꽃은 전국으로 피어나면서 사람들을 불러내고 활력을 준다. 산에 피는 벚꽃은 풍경화로 즐겨야 하지만, 벚꽃 감상은 직접 나무 밑에서 보아야 제격이다. 봄 향기 가득한 벚꽃이 아름답다.



신팔복 수필가는



한국문협 회원, 전북문인 이사, 전북수필 이사

진안문협 회장, 행촌수필 부회장, 영호남수필 부회장, 은빛수필 감사 역임

문학상 2회 수상

저서: 수필집 ‘마이산 메아리’, ‘내 생활의 좌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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