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곡우' 전후로 '곡우물'을 마시면 잔병 없이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믿었다. 공자가 어느 날 제자들에게 정치를 하게 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 물었다. 이때 증점(曾點, 증자)은 “늦봄에 봄 옷이 만들어지면 갓을 쓴 사람 5, 6인과 동자 6, 7인을 데리고 기수에 가서 목욕하고 무우에 가서 바람 쐰 뒤 노래하면서 돌아오겠다.(莫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고 답했다. 공자는 칭찬했다. 당시 극도로 혼란했던 춘추시대였지만, 마음이 바르게 되면 어지러운 세상에서도 초연한 상태로 풍류를 즐길 수 있다는 풍류 정신이야말로 유학의 정수라고 여긴 것이다. 이는 논어 ‘선진편’의 문구다. 이후 ‘욕기수(浴沂水)’, ‘풍무우(風舞雩)’, ‘영귀(詠歸)’ 등은 세속에 얽매이지 않는 은자적 삶을 대변하는 말이 됐다. 가끔 증점과 같은 봄소풍을 할 수 있다면 제왕도 부러워할 행복을 느끼는 진정한 은자리라.
오대산 선재길 마지막인 왕의 길과 마주한다. '오대산사기'에 따르면 단종의 어머니 현덕왕후(1418~41)의 저주 때문에 세조는 피부병(창병)을 얻었다. 강원도 순행 2년 전인 1464년(세조10년) 백일기도를 마치고 상원사 앞 계곡에서 혼자 목욕을 하던 중 동자를 만나 등을 밀어달라고 한다. 세조는 동자에게 "어디가서 왕의 등을 밀었다고 얘기하지 마라"고 했다. 동자 역시 "왕께서도 문수보살이 등을 밀어주었다고 하지 마십시오" 했단다. 세조는 병을 고쳤고 화공에게 문수동자를 그리게 하여 상원사에 봉안토록 했다. 상원사 입구에는 세조가 목욕할 때 어의를 걸었다는 '관대(冠帶)걸이'가 있다.
‘일엄(日嚴)’은 고려 명종 대 전주에서 활동하던 승려이다. 그가 보현원(普賢院)에 숙소를 정했는데, 서울 사람들로서 귀한 사람, 천한 사람, 노인, 어린이들을 물론하고 모두 달아가서 일엄을 보려하므로 동내가 텅 비었다. 일엄이 그들에게 아미타불을 부르게 하니 그 소리가 10리 밖에까지 들렸다. 그리고 일엄의 세수한 물, 양치한 물, 목욕한 물을 한 방울만 얻어도 천금이나 얻은 듯이 귀중히 여기고, 마시지 않는 자가 없었고, 이것을 법수(法水)라고 하면서 이 물을 마시면 무슨 병이든지 고쳐지는 약수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아미타불을 외게 했고, “만 가지의 법(法)은 오직 마음에 달렸으니 너희가 부지런히 염불하며 내 병은 이미 나았다고 생각하면 병은 나을 것이다. 절대 병이 낫지 않는다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하며 사람들을 속였다고 한다. 명종은 결국 그가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인다는 것을 알고 다시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법수(法水)’는 ‘번뇌의 때를 깨끗하게 씻어 주는 물이라는 뜻으로, ‘불법’을 달리 이르는 말‘로 우리말로 샘이다. 불법(佛法)이 중생의 번뇌를 깨끗하게 씻음을, 물에 비유하여 일컫는 말이다. 다음달 5일은 불기 2569(2025)년 부처님오신날이다. 올해 봉축 표어인 ‘세상에 평안을, 마음에 자비를’처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자뿐 아니라 온 국민이 수행과 명상을 통해 평화와 안정을 되찾고 자비로운 마음을 세상에 확산시켜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부정 비리, 정치 투쟁, 불법 시위 등 끝없이 이어지는 사회 불안에 대한 언론 보도는 갑갑한 소식뿐이다. 어두운 세상 갑갑한 마음을 정결하게 씻어주는 청정한 ‘법수(法水)’가 그리운 세상이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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