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교 85년만인 지난 1일 폐교된 김제시 진봉면 심창초등학교 정문에 쇠사슬이 굳게 내걸렸고 신호등 또한 불이 꺼졌다. 이 학교 졸업생인 한 어르신이 먹먹한 표정으로 옛 추억을 더듬고 있다./정성학 기자

“예전에는 학생만도 1,000명이 넘었고 문방구도 4개나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10명조차 채우기 힘들었다…폐교만은 안 된다며 10년을 싸워왔는데 가슴이 미어진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지난 1일 김제시 진봉면 심창초등학교 정문은 거꾸로 쇠사슬이 굳게 내걸렸다. 샛노란 어린이보호구역에 세워진 신호등 또한 불이 꺼졌다.
더이상 입학할 아이들이 없어 최종 폐교 처리된 까닭이다. 1940년 개교한 이래 85년 만의 일로, 이른바 지방소멸 현상에 직격탄 맞았다.
한때 진봉면은 국내 최대 백합 주산지이자 연안어업 전진기지인 심포항을 중심으로 불야성을 이뤘다. 하지만 저출생과 출향행렬, 여기에 수산업을 붕괴시킨 새만금 간척사업까지 맞물리면서 황폐화 됐다.
무려 10년 가량 폐교를 막기 위해 싸웠다는 주민들은 먹먹한 표정이다. 학교는 단순한 공공시설을 넘어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구심점인데다, 향후 귀농촌이라도 유도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공공시설이란 얘기다.
심창초 졸업생인 70대 한 주민은 “너도나도 다 떠나고 현재 마을에 남겨진 사람이라곤 죄다 일흔살을 넘긴 노인이거나 농사철에 잠시 들어오는 외국인(계절근로자) 뿐이다. 외국인 없이는 감자조차 캘 수 없는 실정이다. 학교마저 문닫은 지금, 마을 자체가 얼마나 더 유지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앞으로 이 같은 지방소멸 현상은 한층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자치도의회에 따르면 신학기를 맞아 도내 곳곳에서 폐교 처리된 학교가 쏟아졌다.
문닫은 학교는 김제 심창초를 비롯해 군산 개야도초, 신시도초, 금암초, 마룡초, 임실 신덕초, 운암중, 고창 신동초 등 8개교다. 이들은 전체 재학생이 10명을 밑돌면서 인근 학교와 통폐합 됐다.
신입생이 단 1명도 없어 입학식조차 치르지 못한 학교도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실제로 익산 용안초, 정읍 내장초, 남원 금지동초, 김제 원평초, 완주 간중초, 임실 성수중, 순창 구림중, 부안 위도고 등 모두 30개교에 달했다.
갈수록 폐교 대상이 확산할 것 같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이런 문제는 지난해 말 전북자치도의회 교육위 의뢰를 받아 한국행정학회가 수행한 연구용역(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수급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 학령인구는 5년 뒤인 2029년 약 12만 명에 턱걸이 할 것으로 전망돼 2024년(17만8,795명) 대비 무려 3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중 초등학생은 58%, 중학생은 17%, 고등학생은 7% 가량 줄어들 것 같다는 분석이다.
덩달아 학교는 줄줄이 폐교되고 교원 또한 구조조정에 휘말릴 것 같다는 진단이다. 학교의 경우 758개교에서 457개교로 약 40% 줄고, 교원은 1만7,822명에서 1만1,489명으로 3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도의회는 즉각, 구도심과 농어촌을 중심으로 폐교가 대거 쏟아질 것으로 보고 그 대책을 촉구하는 지방조례를 제정했다.
2월 임시회를 통과한 조례는 전북교육청이 폐교재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계획을 매년 수립해 시행하도록 의무화 했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마을 황폐화와 범죄의 온상 등 또다른 사회문제를 유발 할 것이란 우려다.
진형석(전주2) 교육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소규모 학교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교육적으로 맞는 것인지 심각한 우려가 있다. 비용 문제를 떠나서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며 “학교 통폐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방소멸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도교육청과 지자체,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5년 뒤 전북교육의 현실은 매우 충격적이다”며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란 점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도교육청은 보다 심각성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교육위 또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교육적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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