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인돌과 같은 거석문화를 연구하며 매일 페이스북에 관련 내용을 올리고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얼마 전, 페이스북 친구가 거대한 바위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바위의 정체에 대해 답변해야 할 것 같았지만, 사진을 아무리 살펴봐도 쉽게 판단하기 어려웠다. 설령 그것이 완벽한 고인돌이라 하더라도,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사진 속 바위는 고인돌과 같은 거석문화의 유물로 보이지만, 규모가 너무 커서 해석이 쉽지 않았다. 결국 직접 현장을 방문해 조사하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이 바위는 ‘갓바위’ 혹은 ‘관암(冠岩)’이라 불리며, 바위에는 ‘관암’이라는 한자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갓바위 앞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판이 있다. 「이 관암(갓바위)의 유래는 어느 날 바위가 산에서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본 한 여인이 "바위가 걸어간다."라고 외치자, 그 자리에서 멈춰버렸다고 한다. 한편, 건넛마을에서는 이 바위를 ‘소웃음 바위’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요천 건너 관암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 소가 웃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부절마을 사람들은 요천 건너 산등성이에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의 ‘입벌린 바위’ 때문에 마을의 복이 건너 목동마을로 흘러간다고 여겨, 마을 사람들이 몰래 입벌린 바위의 벌어진 곳에 흙이나 돌을 채웠지만, 그때마다 목동 사람들이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다고 한다.」
이곳의 갓바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변 지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갓바위는 백두대간의 남쪽 끝자락인 지리산지로 둘러싸여 있으며, 남쪽에는 시루봉이 있고, 전면에는 요천이 흐르고 있다. 이 일대는 중생대 초기와 중기에 걸쳐 격렬한 지각 운동과 화성 활동 및 변성 작용이 일어났던 대보조산운동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 이 운동의 영향으로 땅이 솟아오르는 융기 현상이 일어나 육지가 되었고, 이때 지리산도 높은 산지로 변했다. 대보조산운동 이후 현재까지 약 1억 5000만 년 동안 지속적으로 풍화와 침식, 융기 작용을 받아 암층들이 노출되었다.
암석은 오랜 세월 동안 풍화와 침식을 받아 강한 부분만 남게 된다. 이러한 암석을 토르(Tor)라고 부르며, 토르는 풍화 작용에 의해 기반암에서 떨어져 그 위에 있는 바위를 말한다. 토르는 암석 중에서 수직과 수평 절리가 잘 발달하는 화강암에서 주로 형성된다. 남원의 갓바위도 토르의 일종으로, 화강암이 풍화와 침식으로부터 살아남은 큰 토르인 핵석이다. 그러나 절리를 따라 좌우와 위아래 바위가 깨지고 떨어져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이는 광주-대구 고속도로 능선의 암석과 높이가 일치하며, 주변에 깨진 바위가 많고, 갓바위의 위아래와 측면 절리가 일치하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풍화와 침식은 기후 환경과 하천의 영향이 절대적인데, 갓바위가 있는 곳은 요천이 흐르고 있다.
요천은 장수군에서 발원해 남원시를 거쳐 섬진강으로 흘러가는 하천이다. 남원의 젖줄로 불리는 요천은 남원의 광활한 충적지 논밭을 형성하며 흐른다. 지리산지의 깊은 협곡을 따라 발달한 요천의 중상류에 갓바위가 위치한다. 하천변에 있다는 것은 하천의 침식 작용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가 많이 내릴 때는 지리산의 깊은 골에서 모이는 많은 물들이 한꺼번에 내려와 수량이 급증하여 하천이 범람하고, 유속이 빨라져 침식이 빠르게 진행된다. 특히 갓바위가 위치한 곳은 요천의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 지점이라 침식이 더 빠를 수밖에 없다. 남원의 갓바위는 오랜 기간 풍화와 침식을 받아 암석의 강한 부분만 남은 전형적인 토르의 한 종류로, 절리를 따라 인공적으로 떼어낼 부분은 제거되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그러나 갓바위에는 주목할 만한 천문학적 특성이 있다. 이 바위는 절리를 따라 풍화와 침식을 받아 자연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장축이 남북 방향으로 놓여 있다. 갓바위의 암괴는 7개로 나누어져 있으며, 이는 북두칠성을 상징화한 듯하고, 진북의 장축 방향과 산봉우리가 일치한다. 즉, 갓바위의 장축과 산봉우리는 진북 방향이며, 이 방향의 하늘에는 북극성이 위치해 있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갓바위는 선사인들이 자연석을 인위적으로 손질해 북두칠성과 북극성을 고려한 고대 거석문화의 유산으로 추정된다.
/이병렬(고창 향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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