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절제술은 왜 전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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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전장, 자궁절제술(지은이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 주세뻬 뻬릴로 , 다리아 미누치 , 빠올로 벤치올리니 , 리카르도 사마리따니, 옮긴이 박지순, 펴낸 곳 갈무리)'은 출산과 임시중지라는 첫 번째, 두 번째 전투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자궁절제술이라는 세 번째 전장을 위해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8년 이탈리아어판 원제는 Isterectomia로 자궁절제술이라는 뜻이다. 영어판은 2007년에 Gynocide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이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직적 살해 또는 폭력’을 뜻한다. 저자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는 여성의 몸이 단순히 생물학·의학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적 통제와 착취를 둘러싼 투쟁이 벌어지는 전장이라고 본다. 그중에서도 ‘자궁절제술’은 여러 사례에서 강제적이고 비자발적인 방식으로 수행되어 왔다는 점에서, 여성의 재생산권을 박탈하는 대표적인 ‘폭력’으로 제시된다.

제목의 ‘세 번째 전장’이라는 표현은 편저자 달라 코스따가 와병 중에 보내준 편저자 한국어판 서문에서 착안했다. 달라 코스따는 “1970년대에 우리는 출산과 임신중지의 문제를 거대한 사회 운동의 중심에 놓음으로써 승리”했지만 “여성의 몸이 ‘삶의 여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세 번째 위대한 전투인 자궁절제술에 대항하는 투쟁에서도 승리하기 위해 다시 한번 대비해야 한다”고 썼다.

달라 코스따가 '캘리번과 마녀'의 지은이 실비아 페데리치와 공유하는 자본주의의 역사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여성의 몸에 대한 울타리치기(인클로저)와 함께 탄생했다. 15~17세기 마녀사냥 당시 여성 산파, 치유사 같은 여성 전문가 집단이 마녀로 지목된 경우가 많았고 그들과 함께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여성 의학 지식, 약학 지식도 파괴됐다. “그 자리는 국가와 교회가 통제하는 남성의 ‘과학’과 남성 부인과 의사들이 차지하게 됐다” 19세기는 히스테리에서부터 오늘날 “월경 전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월경 우울”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질환에 대해서 자궁절제술을 처방하는 의학 이론이 있었다. 많은 여성 환자들은 행실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남편의 손에 이끌려 의사를 만나게 됐다. 어떤 남자 의사는 1,500~2,000개의 난소를 제거했다며 트로피처럼 학술대회마다 떠들고 다녔고, 동료와 친구들을 초청해 마취를 하지 않은 채로 여성의 배를 절개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이렇듯 오늘날 공식 과학으로서의 의학의 반(反)여성적 기원, 특히 부인과 의학의 반여성적 기원은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지적되었다. 이미 1800년대에 아메리카와 유럽에서 자궁의 병리와 무관한 것이 명백한 여러 부인과 질환을 위해 자궁절제술, 난소절제술, 음핵절제술이 시술됐다. 달라 코스따에 따르면 “근본적으로 이러한 수술법은 여성을 처벌하는 수단이자 행동을 통제하는 수단이었으며 남성이 두려워하는 여성이라는 성을 액막이하듯 몰아내고 남성의 의지가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 상황은 나아졌을까? 불행히도 여성들은 출산 시에(그리고 다른 경우에도) 산부인과에서 여전히 모욕적인 경험을 하기 쉽고, 임신중지를 둘러싼 투쟁들 역시 아직 진행 중이다. 달라 코스따는 여성 신체의 완전성과 존엄을 둘러싼 이런 투쟁들을 자본주의 가부장주의의 역사 안에 위치시키면서 의학, 특히 부인과 의학이 관행적으로 저질러온, 그리고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여성 신체에 대한 학대에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환자들은 의사를 만나 보면 그가 환자를 존중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다. 달라 코스따에 따르면 부인과 의학과 관련해서 여성들 사이에도 축적된 경험이 있다. 여성들은 부인과 의학의 의사들이 여성을 개인으로 존중하고 그들의 신체적 존엄을 옹호하는 접근을 택하는지, 그리하여 꼭 필요한 경우에만 자궁절제술 같은 외과적 수술을 제안하는지, 아니면 기계적이며 환원주의적인 “연령에 기반을 둔 접근”을 택하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자궁절제술의 남용은 “연령에 기반을 둔 접근”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즉 의사들은 특정 나이가 된 여성들에게 자궁이 쓸모없다고 주장하며 절제술을 강요해 왔다. 그리하여 달라 코스따는 나이 든 여성의 신체를 옭아매어 불필요한 수술대 위로 끌고 가는 일종의 ‘그물’이 만들어져 있다고 본다. 여성들이 자궁절제술, 난소절제술을 제안한 의사들로부터 듣는 말은 이런 것이다. “이미 자녀가 셋이나 있으시잖아요?” “당신 나이에 자궁이 꼭 필요할까요?” “밖에 다니는 50대 여성의 세 명 중 한 명은 자궁이 없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심지어는 거부하는 여성에게 “당신의 나이에 불필요한 기관을 그대로 두면 암에 걸릴 수도 있어요”라는 협박이 활용되는 경우도 흔했다고 이 책은 기록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자궁이라는 기관을 대하는 현대 의학의 태도를 보여준다. 여성 신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술이 특정 나이가 되었고 병이 생겼다는 이유로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안된다. 이러한 접근 이면에는 여성을 단지 아이의 생산자이자 인류 번식을 위한 기계로 보는 관점이 있다고 책은 지적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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