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음식의 기본양념을 구성하는 우리의 장(醬)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공동체 의식 함양과 문화 다양성 증진, 장 생산이 수반하는 농업 발전 등의 가치가 주요 이유로 거론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올리기로 3일(현지시간) 최종 결정했다. 이날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19차 유네스코 무형유산 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는 "장류는 밥, 김치와 함께 한국 식단의 핵심"이라며 "장 담그기라는 공동의 행위는 관련 공동체의 평화와 소속감을 조성한다"고 평가했다.
장 담그기 문화는 장이라는 음식뿐 아니라 이를 관리·이용·전승하는 전 과정의 기술과 신념을 포함한다.
장은 일찍이 삼국시대부터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져온 기본양념이다. 발효나 숙성 방식에 따라 간장 된장 고추장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특히 메주를 활용해 간장과 된장 두 종류의 장을 만들고, 직전 해에 쓰고 남은 씨간장에 새로운 장을 더하는 방식은 한국의 독창적인 문화로 여겨진다.
위원회는 "장은 가족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가족 구성원 간의 연대를 촉진한다"며 "장 담그기라는 공동의 행위는 관련 공동체의 평화와 소속감을 조성한다"고 했다.
장 담그기 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고려했다. 위원회는 "등재를 통해 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대두 생산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대두 생산을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식량 안보와 지속가능한 농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등재 결정으로 한국은 총 23개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한국은 그동안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 등재된 '한국의 탈춤'(2022)까지 총 22건의 인류무형유산을 대표목록에 올렸다. 오는 2026년엔 '한지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이 등재에 도전할 예정이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장 담그기는) 그동안 한국인의 음식 문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음에도 보편적 일상 음식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치가 소홀히 여겨졌다"며 "우리 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소중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장담그기 풍속과 순창고추장
제비가 돌아오는 3월, 우리 조상들은 음력 삼월 삼짇날에 잘 띄운 메주로 장을 담궜다. 이날에는 집수리를 하거나 장을 담그면 맛이 좋다고 해서 집집마다 장을 담그기를 했고,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제를 지내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하는 대한민국식품명인 80명(전통식품 분야·8월 기준) 중 순창고추장 명인은 제64호 강순옥, 제36-가호 조종현 등 2명이다. 조종현 명인의 어머니는 순창을 고추장의 주산지로 우뚝 서게 만든 고 문옥례 명인이다. 이외의 순창군이 지정한 순창고추장 기능인은 200여 명에 달한다.
옥천(玉川)은 순창(淳昌)의 고호이다. 순창고추장이 진상품이 된 것은 순창의 바람[風]과 물[水] 덕분이었다. 순창은 산간지대로서 밭들은 자갈이 많아 척박하하다. 산간지방이다 보니 물은 맑으나 차가웠고 바람은 빨랐다. 순창의 다른 이름이 옥천(玉川: 옥과 같은 맑은 물)인 이유이기도 하다. 고추 원산지는 남미로서 따뜻하고 기름지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서 잘 자란다. 순창은 물 빠짐이 좋으나 기후는 서늘하고 땅은 척박하다. 고추가 더디게 자란다. 작지만 알싸한 맛을 내는 순창만의 고추가 나왔다. 맥주·막걸리 맛이 그 고장 물맛에 좌우되듯, 옥 같은 샘물로 담은 고추장은 진상품이 됐다.
순창고추장은 순창만이 가진 제조 비법이 있어 다른 지역과는 조금 다른 장맛이 난다고 알려져 있다. 고추장의 대명사로 거듭나게 만든 비법이다. 솜씨와 최적의 자연환경, 장류전문연구기관 보유 등 타 지역과 비교되는 조건을 갖고 있다.
1997년 순창군이 전통 장류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순창 전통고추장의 명성과 전통적 제조 비법을 이어가기 위해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을 조성했다.
순창군의 장류문화 보존 노력은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군은 전통장의 역사 연구와 제조법 전수교육을 실시하고, 도시민 장독대 분양사업을 추진하는 등 전통 장류문화 계승에 힘써왔다.
이와 함께 순창고추장민속마을을 중심으로 전통장문화학교, 발효아카데미 등을 통해 장 담그기 문화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전통 장(醬)을 담가 먹는 가정이 점차 사라져 가는 시대에 순창군이 도시민에게 장을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을 제공하고 장독대도 분양하는 행사를 해마다 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 군은 지난해 3월 25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도시민과 전통 장 기능인은 물론 순창군과 ‘농촌사랑 동행순창’ 협약을 맺은 전주 대자인병원 관계자 30여 명 등 모두 120여 명이 참석해 ‘2023년 순창 장독대 분양 및 장 담그기’ 행사를 성황리에 열었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타악 퍼포먼스 그룹 아퀴팀의 난타공연도 진행됐다.
고추장·된장·간장 등 전통 장을 기능인들과 함께 만드는 이색 장 담그기 행사가 개최된다. 이번 행사에는 특히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시민 장독대 분양'이란 이색 사업도 전개해 눈길을 끈다.
순창발효관광재단에 따르면 순창군과 순창발효관광재단은 순창군 관광객 유치 사업을 위해 올해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순창맛페스타'와 2월 '순창달달놀이'를 진행한 데 이어, 4월에는 13일부터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에서 장담그기 체험 행사인 '2024 순창장담그는날 행사'를 가졌다.
장담그는날 행사에는 전통 장 담그기 기능인들이 참석자들과 함께 고추장·된장·간장 등 각종 장류를 담그는 체험을 하며 우리 전통 장의 맛과 멋을 공유했다.
특히 미니 메주 만들기, 장독 꾸미기 등의 이벤트도 참석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장독 꾸미기 이벤트에서는 나만의 금줄 만들기, 버선모양 종이에 메시지 작성하기 등 다채로운 놀이도 준비했다.
순창발효관광재단은 '2024 순창장담그는날 행사'와 연관해 '도시민 장독대 분양'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장독대 분양이란 도시민이 전통장 기능인과 함께 직접 장을 담그고, 기능인의 장독대에서 숙성된 장을 해당 가정으로 배송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모집은 지난 3월 8일부터 시작돼 31일까지 진행됐으며, 4월 13일 현장에서도 신청했다.
순창발효관광재단은 순창에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전통 장 담그기 행사 외에도 다양한 행사를 연중 기획하고 있다.
5월에는 5일 어린이날에 순창발효테마파크 일대에서 어린이들 대상의 인형극, 가족 체험 프로그램 등을 준비했으며, 6월에는 산책하기 좋은 계절을 맞아 '2024 강천산 맨발걷기 행사'를 강천산 군립공원 일대에서 진행했다.
또, 8월에는 '2024 꼼순락' 행사를 순창발효테마파크 일대에서 개최했다. '꼼순락'이란 꼬마들의 순창 오락실을 줄인 말로, 어린이를 비롯한 가족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놀이들이 펼쳐지는 행사였다.
10월에는 순창군에서 가장 의미 있게 여기고 있는 '2024 순창장류축제 체험프로그램'이 11일부터 13일까지 운영됐다.
한편, 순창군청도 관광객 유치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군청은 올해 9, 000여 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학교·여행사 등 단체 여행객들뿐 아니라 개별 여행객, 코레일 여행센터를 통한 여행객들에게 여행비용을 지원해준다.
여행객들은 군 홈페이지에서 여행비 지원을 신청하면 개별 여행객들의 경우 농촌체험비용의 50%를, 단체 여행객들의 경우 버스비 30만원 등의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선윤숙 순창발효관광재단 대표는 "순창은 우리 국토 남부중앙의 호남정맥 줄기 산간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쪽과 동쪽으로 섬진강과 적성강 경천 등이 펼쳐져 있는 맑고 깨끗한 지역"이라며 "천혜의 관광 자원을 온 국민이 1년 내내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과 이벤트를 준비했으니 언제든지 순창을 찾아달라"고 했다./이종근기자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