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진 전 전북지사 전주전 개막

거침없이 쓴 서예 105점 소개…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의 시 전시 눈길 전주 현대미술관, 내달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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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현대미술관은 11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거침없이 쓴다. 푸른돌·취석(翠石) 송하진(세계서예비엔날레 조직위원장, 전 전북도지사) 초대전'을 갖는다.

지난달 25일부터 1일까지, 한국미술관에서 가진 서울전에 이은 자리다. 작가에게 전주는 선친이 김제서 1965년 이사를 온 곳이며, 고등학교를 다닌 곳이며, 전주시장을 2번이나 지낸 곳이어서 더욱 더 각벽한 의미를 갖는다.

이 전시는 과거의 법칙이나 형식, 틀 등의 인습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거침없이 쓴 서예 105점을 소개한다.

‘물’이라는 한 글자는 언뜻 보면 그림 같기도 하고, 글씨 같기도 하다. ‘넘실넘실’, ‘꿈틀꿈틀’ 등 의성어와 의태어를 활용한 작품은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착시를 일으킨다. ‘출렁출렁’은 다양한 색깔이 어우러져 20개의 글자로 모아져 그림같다.

행정고시(24회) 출신인 송 전 지사는 2022년 6월 전북도지사를 끝으로 40여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 뒤 서예가의 인생을 시작했다. 아호는 푸른 돌이란 의미의 '취석(翠石)'이다.

작가는 서예가 진정한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상당기간의 법고과정을 겪어야 진정한 필력이 생겨나고, 그 필력에 의해서 생각에 따라 자유자재로 어떤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인문적 식견이 더하면 좀 더 의미와 가치가 높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서예는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거침없이 솔직하고 아름답게 따뜻한 생각을 세상에 풀어 놓는 일이라고 했다.

2023년에 여름에 쓴 노벨상 수상작가 한강의 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이 힘찬 서예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작가는 그동안 서예가 한글보다는 한문과 같은 다른 언어가 중심이 되었다. 600년 전통의 역사속에서 이제는 서예도 한글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취석은 필순(筆順)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가는 것이 아니라 한글의 어순과 필순에 따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써나가야 혼란을 막을 수 있고 특히 젊은 층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느낌과 맛, 분위기도 중요하다. 광개토대왕비나 한글궁체처럼 작품에서 한국성이 우러나와야 진정한 한국서예라고 강조한다. 중국·일본 서예와 확연히 다른 한국성이 무엇이냐에 대한 논쟁과 탐색이 이어질 터이다. 무엇보다도 서예가들이 과거의 법칙에 얽매이고 있는데 배우는 단계에서는 필요하지만 어느정도 경지에 이르면 거침없이 써야 한다. 그래서 이전 서예전의 주제를 ‘거침없이 쓴다’로 정했다고 한다.

“나는 ‘새롭다’, ‘다르다’는 개념을 매우 중시한다. 세뇌가 과거에 너무 집착돼 있는데 이를 무너뜨리고자 했다.

취석은 한국서예의 우수성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한국적 아름다움과 느낌을 중시하는 한국성을 추구하게 됐다.

사치스러운 화려함보다는 담백하고 간결하고 맑은 느낌의 글씨와 지나친 추상성을 경계하면서 예술적조형미에 주력하는 회화성을 추구하게 됐다.

취석은 세계의 수 많은 문자가 모두 서예의 소재가 돼야 하며 그 중에서도 한글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옛것을 뿌리로 삼는 법고를 위해 한자 한문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지만 모국어인 한글이 주를 이루는 서예를 통해 우리 서예의 고유성, 대중성, 한국성, 보편성으로 정체성을 확보해야 하는 까닭이다.

할아버지 유재(裕齋) 송기면(宋基冕 1882-1956) 선생은 서예가이자 유학자였고, 아버지 강암(剛菴) 송성용(宋成鏞, 1913~1999)선생은 근현대 한국서예를 대표하는 대가다. 그는 1952년 4월 29일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백산면 상정리 요교마을에서 서예가 강암 송성용 선생과 농사짓는 이도남(李道男) 여사의 4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큰형 고 송하철은 전주시장과 전라북도 부지사를 지냈다. 둘째형 송하경은 서예가이자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다. 셋째형 송하춘은 고려대학교 국문과 명예교수이자 소설가다.

큰누나 송복순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작은누나 송현숙은 서예가로 이당서실을 운영하고 있다.묵향 가득한 집안 내력은 그에게도 이어졌다.

하지만 작가는 지난날 서예가가 아닌 정치행정가로 살아왔다. 198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행정공무원으로 24년간 봉직하다 명예퇴직하고 2005년 정계에 입문해 전주시장 8년(재선), 전북도지사 8년(재선)을 했다. 하지만 그는 살아오면서 한시도 붓을 놓지 않고 상당수의 현판과 비문, 제호 등을 비롯 4,000여 점의 많은 작품을 남겼다. 2022년 6월 말 정계에서 은퇴하고 지금은 젊은 시절의 꿈을 따라 서예와 시문학에 전념하면서 작가로서의 삶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으로도 활동, 한글 서예를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이종근기자



그가 직접 정해 쓴 전북도정 방침



도정 방침은 매년 송 전지사가 정세와 시기에 맞게 직접 골라 붓글씨까지 직접 썼다. 2022년 '견인불발(堅忍不拔) 도정 방침은 그의 친필로 쓰였다.

이는 송나라 최고의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소식의 조조론에 나오는 말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을 맞아도 끝까지 굳세게 참아내어 목표를 달성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어려운 가운데서도 끝내 목표를 달성하자는 의지를 담았다고 한다.

그는 민선 6기 출범 이후부터 해마다 새해 사자성어를 선정, 도정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선진도정’이니 하는 행정용어로 된 구호 대신 고전의 사자성어를 차용해 도정 방침을 발표한 것은 그가 취임한 이후 줄곧 지켜온 원칙이었다.

그동안 △2015년 휴수동행(携手同行, 서로 손을 잡고 함께 가자) △2016년 무실역행(務實力行, 참되고 실속있게 힘써 행하자) △2017년 절문근사(切問近思, 절실하게 묻고 현실을 직시하자) △2018년 반구십리(半九十里, 끝마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자) △2019년 절차탁마(切磋琢磨, 과정을 중시하며 목표를 향해 노력하자) △2020년 자강불식(自强不息, 스스로를 단련해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등을 정했다. △2021년 ‘안정되고 평안해야 원대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올해의 사자성어로 정한 ‘영정치원(寧靜致遠)’의 뜻을 토대로 코로나19와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 안정되고 평안한 도정을 이루면서 재생에너지, 탄소중립, 그린뉴딜 등 4차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미래 신산업을 육성해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앞장서 추진해 나갔다. 이는 제갈량이 전쟁터에 나가면서 어린 아들 제갈첨에게 보낸 ‘계자서(誡子書)’에서 유래한 말이다. ‘마음이 맑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하지 않으면 원대함을 이룰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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