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수필]백두옹(白頭翁)

윤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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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니 백두옹이 되었구나.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것 같은 마음이었는데 어느새 백두옹이 되어버렸다. 세상에 태어나 별로 해놓은 것도 없는데 말이다. 참 세월이 빠른 것인가, 아니면 새치가 눈치 없이 돋아난 것인가. 세월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다는데 나만이 백두옹이 된듯하다. 우리는 멋을 아는 민족이다. 흥이 있고 가무에 솜씨가 있는 민족으로 외모에 대한 꾸밈새에도 멋을 부리는 민족이다. 민속 그림에 나오는 여인들의 머리 모양에 얼마나 멋을 부릴 줄 아는지 알 수 있다. 남자들의 머리 모양에 대해서는 살펴볼 만한 점이 별로 없으나 여인들의 머리 모양은 오랜 시대에 걸쳐 변해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머리 모양 단장에 따라 풍모(風貌)가 달라진다. 궁중 여인들의 머리 모양은 아름답다. 마치 꽃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비녀와 함께 어우러진 붉은 빛의 비단은 검은 머릿결과 어울려 더욱 곱고 근엄함이 있다. 용화 비녀는 중후함의 무게가 풍기고 걸음걸이 행동함에는 신중함과 품위가 묻어난다. 세계 어느 나라 머리 모양보다 아름답고 중후함을 나타내고 있다. 시대 변화에는 따를 수밖에 없는 일인가 보다. 중후하고 멋스러운 머리 모양은 일제 강점기의 단발령이 내려도 그토록 반대하고 보존하고 지켜왔다. 이제는 서양 문화인 단발머리가 우리 문화로 되어 버렸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처녀는 댕기 머리로 곱게 땋아 내린 머릿결이 멋있었는데 지금은 머리 모양이 다양하다. 머리를 풀어서 늘어뜨린 사람, 파마를 한 사람 단발머리를 한 사람 각양각색이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멋을 부리는 시대다.

머리 모양뿐만이 아니다. 머리 색깔이 바뀌어 가고 있다. 머리카락에 염색하는 것이다. 머리 색이 천연색이다. 개성시대라 해서 붉은색 머리, 파란색 머리, 흰색 머리 가지가지 색으로 물을 들이고 있다. 심지어 한쪽은 붉은색 한쪽은 파란색으로 물들이고 다닌다. 검은 머리에 흰색으로 물들이는 사람도 있다. 젊어서 한때는 여러 가지 해보고 싶어서 그러겠지만, 머리에 흰색은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나이 들면 백발이 먼저 알고 찾아온다. 무엇이 그리 바빠서 보기 좋은 검은 머리에 흰색으로 물들이고 있을까. 세월 가고 흰머리 돋아나면 젊음의 소중함을 알 것 아닌가. 머리털이 빠져 대머리가 되어도 걱정이 없다. 가발로 대머리를 가리고 다니면 된다. 모발이식 시술을 하여 원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멋을 부리는 시대다. 대머리나 흰머리는 보기에도 몇 살쯤 더 먹어 보인다. 유행가인 ‘대머리 총각은 7~8세 위로 보인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외모는 첫인상으로 호, 불호의 결정판이기에 어쩔 수 없는 시대며 선택이라 하겠다.

사람들은 대머리나 흰머리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외모를 가꾸는 일은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 하니 자신도 좋고, 보는 사람도 좋으면 서로가 좋은 거 아닌가. 백두옹의 넋두리로 무상한 세월과 동행하려 한다.





윤재석 수필가는



'대한문학' 수필 등단, 은빛수필문학회 회장,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부회장



전북문인협회 감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상: 대한문학 작가상, 완산벌 문학상, 은빛수필 문학상, 진안예술상



저서: 삶은 기다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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