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은 참지 않아(글쓴이 신서현. 그린이 엄주, 펴낸 곳 풀빛)'는‘참지 않는’ 한국인이 저항의 기술을 숙달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살펴 본다. 참지 않는 우리 한국인들은 그동안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맞서 싸워 왔을까?
동학 농민 운동, 항일 의병, 3·1 운동,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 촛불 집회……. 우리나라 역사 중 큼직한 사건들을 살펴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옳지 않은 일에 다 함께 저항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3·1 운동은 “일본의 비인간적인 식민 통치 더 이상 참지 않아!” 하면서 온 민족이 함께 독립 만세를 외친 사건이었다. 6월 민주 항쟁도 “군사 독재 더 이상 참지 않아!”를 외치며 전국의 시민들이 참여해 민주화를 이뤄 낸 사건이었고, 2016~2017년 촛불 집회는 “민주주의 후퇴 더 이상 참지 않아!”라는 마음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 인원이 모여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인들은 정의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예민한 감각은 나 자신을 위해서만 발휘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 더 흥미롭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 억울한 것도 못 참지만 남 억울한 것도 못 참는다. 그래서 옳지 않은 일에 저항할 줄 알고, 이런 저항에 다들 함께해 줄 거라는 사회적 믿음이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공동체에 위기가 닥치면 한국인의 유전자에 흐르는 홍익인간 정신이 발현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2016년 겨울 매주 평화롭게 진행되는 촛불 집회를 보고 미국의 저명한 외교 전문 잡지인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한국인은 저항의 기술을 숙달했다”고 표현했다.
한국인의 저항 의식은 어떻게 역사를 바꿨을까? 역사의 반복은 삶의 태도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우리 한국인은 긴 역사 속에서 많은 위기를 겪으면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아 함께 싸우는 삶의 태도를 정립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건들도 그러한 삶의 태도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4·19 혁명, 6월 민주 항쟁, 촛불 집회처럼 짜릿한 성공의 순간도 있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대부분의 장면들은 실패와 눈물, 한숨으로 얼룩져 있다.
그러나 당시의 실패가 영원한 실패는 아니었기에 지금이, 오늘이 있다. 저항은 부정한 사람들이 감추고 있던 문제들을 까발렸다. 그리고 다시는 덮을 수 없게 만들었다. 또 저항하던 사람들의 억울한 희생은 구경만 하던 사람들을 저항에 참여하도록 이끌었다. 마치 배턴을 이어받듯 이전 사건은 다음 사건에 영향을 주었고, 느리고 더뎌도 결국 문제는 조금씩 해결되어 갔다. 한 걸음 나아갔다가 두 걸음 후퇴하게 되어도 결국 그 반동으로 역사는 다시 세 걸음, 네 걸음 묵묵히 나아갔다.
저항을 통해 사람들은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왔다.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신분 제도를 없애고, 지배자가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전제 정치를 허물고,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고, 민주화를 이루고, 하루 8시간만 일하게 하고, 각종 차별을 없애 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이제 세상을 조금 더 낫게 만드는 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몫이다. 이순신도 김구도 아닌 평범한 내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냐고?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역사의 중요한 변화는 모두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 냈다는 것을.“5개월간 광장에 모였던 1,600만 명의 시민은 지역도, 이념도, 나이도, 성별도 다 제각각이었지만 한 가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 바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거. 따라서 앞으로도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 생긴다면 시민들은 다시 광장으로 나올 거고, 엄청난 저항을 각오해야 할 거야. 늘 그래 왔듯이 한국인은 참지 않으니까.”(본문 136쪽 ‘군사 독재 더 이상 참지 않아_ 6월 민주 항쟁’ 중에서)/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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