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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올림픽 메달과 한류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18일 13시43분

2024 파리 올림픽이 끝났다. 우리나라는 메달은 금 13개, 은 9개, 동 10개를 획득해 영국에 이어 종합 8위를 기록했다. 출발할 때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다. 참가 선수가 48년 만에 역대 최소인 143명으로 더소 초라했다. 더구나 축구나 배구, 농구 등 인기 있는 종목은 하나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래서 금메달 목표도 5개로 낮춰 잡았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양궁 한 종목에서만 5개의 목표를 달성했다. 여기에 사격, 펜싱, 배드민턴, 태권도 등에서 나온 금은 덤인 셈이다. 배드민턴을 제외하면 양궁 5개, 사격 3개, 펜싱 2개, 태권도 2개 등 굉장히 호전적인 국민으로 보일 만하다. 활, 총, 칼, 주먹으로 얻은 메달들이니 그렇게 봐도 할 말은 없다. 침략을 당하기만했지 남 공격 한번 해보지 않은 민족이 따낸 종목이라서 의아해할 수도 있다.

옛날 중국은 우리를 동이(東夷)라고 불렀다. 동쪽 오랑캐라는 뜻으로 부른 것이다. 중화사상에서 기인해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처럼 자신들을 제외하면 모두 침략자나 미개한 오랑캐로 본 것이다. 자기 중심이니 이것 탓할 맘은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변방의 민족이라는 입장에 동조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를 동쪽에 사는 큰 활을 든 사람이라고 본 것이다. 동이(東夷)의 이(夷)를 해자하면 궁(弓)과 대(大)이다. 크다는 말은 규모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능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목수 중에 가장 빼어난 능력자를 대목(大木)이라고 한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동쪽에 사는 활을 잘 쏘는 민족으로 풀이가 된다.

우리나라는 역대 양궁과 사격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땄다. 물론 여기에는 선수 선발의 공정성과 아낌없는 지원 등 협회 차원의 헌신과 그에 부합해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오랜 기간 다른 나라 경기협회나 선수들은 뭘 했을까? 그들도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양궁, 사격만이 아닌 골프 역시 강국이다. 골프 인구 대비 PGA나 LPGA 우승 횟수로 치면 결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활을 잘 쏘는 민족인 만큼 먼 거리에 있는 목표를 맞추는 능력이 남다른 것은 아닐까? 목표물을 명중시키려면 계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상황 상황에 따른 감각이 있어야 한다.

몸으로 부딪는 게 아닌, 감각으로 결과를 내는 분야가 대표적으로 올림픽의 양궁과 사격이었다. 그러나 그 감각이 스포츠에만 있는 것일까? 이미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K팝과 K무비 등 한류 역시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할 것 아닌가? 힘으로가 아닌 감각의 장점은 4차산업혁명에 부합한다. 양궁이나 사격처럼 앞으로 우리 문화 컨텐츠에 세계인들이 더 깊게 빠져들게 될 것만 같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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