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연교수의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유산이야기]함라마을 삼부자 고택

“함라 삼부자 고택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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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함라면에는 근대 한옥의 풍미와 담장의 고풍스러움으로 우리 전통 문화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고택이 있다. 일제 강점기 만석꾼인 3가문의 부자들이 살았던 가옥인 ‘익산 김병순 고택’(국가민속문화유산), ‘이배원 가옥’(전북특별자치도 민속문화유산), ‘조해영 가옥’(전북특별자치도 문화유산자료)이 국가 및 시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삼부자가 당대에 베푼 선행과 교육사업, 문화활동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면서 선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택은 대개 우리의 오랜 전통적 생활양식과 의식구조, 기술, 장인에 의해 지은 목조기와집을 뜻한다. 즉, 근대 이전의 고유한 평면 및 구조 형태로 지은 우리네 살림집을 말하며 대개는 우리나라 주거사적 특성 및 지역 살림집의 고유한 공간과 건축적 특성이 인정되어 국가 및 시도지정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존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한 지역, 한 마을에서 동시에 큰 부자가 3가문이나 나왔고, 앞다투어 당시 궁궐건축양식을 모방한 가옥을 지었으며, 활용면에 있어서도 주거 공간외에 사무실로도 활용하고, 문화인들의 공연장으로 사용하기도 하였음은 가옥 영역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가옥중 가장 먼저 지었던 이배원 가옥은 1917년 건축 당시 안채, 사랑채, 행랑채, 문간채, 곳간 등으로 지었으나 후에 함라산 언덕 높은 곳에 별장 형태의 서벽정을 신축하여 공간 배치를 확대하였고, 조해영 가옥은 1918년 안채와 사랑채를 새롭게 신축하고 1920년경 별채, 문간채, 대문채를 증축하였다. 김병순 고택은 1922년에 안채와 사랑채를 건립하고 1930년에 행랑채를 지었는데 전북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가옥이다. 이 세 가옥은 모두 당대 최고의 부를 상징하듯 궁궐 건축양식을 모방하여 고품격을 갖추면서도 근대성을 띠고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렇게 한 마을에서 큰 부자들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풍수적으로 명당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마을을 보호해주는 함라산과 금강의 큰 강줄기가 남서방향으로 흐르며, 주변에는 충적(沖積)평야가 형성된 환경이 있었다. 따라서 이 마을은 물자가 풍부하고 인심이 좋기로 유명하여 19세기에 처음 수록된 판소리 단가 ‘호남가’ 가사에서 “풍속은 화순이요, 인심은 함열이라”는 대목이 있을 정도였다. 이러한 인심의 중심에는 고택의 주인공들인 삼부자가 주축이 되었는데 당시 딱한 형편으로 찾아가면 곳간을 열어 덕을 베풀고, 일제강점기에도 숟가락 하나만 들고 있으면 배고픔을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선행은 1932년 6월 24일자 동아일보에 “2개월간 130여명에게 배식한 함열3부자”라는 기사로 소개되기도 하였다.

이배원(1881-1949), 김병순(1894-1934), 조용규(1882-1953) 삼부자는 실제 조선후기 토지제도의 변화와 농업기술 발달, 상업활성화로 기존의 봉건적인 질서가 후퇴하고 근대자본주의가 새롭게 꽃피우던 시기에 부를 이룬 선친들의 영향이 컸으며, 조해영(1908-1989)은 조용규의 장자이다.

이들은 단순한 농업에서 벗어나 농장을 경영하여 경제성을 상승하게 하였는데 이배원은 함열역 앞에 삼성농장, 김병순은 함화농장, 조용규는 계양농장을 운영하면서 회사를 건립하여 큰 부를 이루게 되었다.

또한 이들은 서로 혼맥을 맺으면서 교육사업, 자선사업, 예술문화 후원에도 함께 앞장섰는데 특히 이배원의 장자 이집천(1900~1959)은 함열중학원, 전북대학교 전신인 도립이리농과대학, 함라중학교, 함라초등학교에 적극 후원하였다. 특히 이집천은 당대 조선미술전람회에서 3회 입선한 서예가로, 중앙의 예술계에도 널리 알려졌으며, 아버지 오당 이석순(1849-1920)의 회혼을 맞아 당대 최고의 서화가들의 작품을 모은 작품집 ‘오당수화’와 ‘서벽정시고’ 등을 엮어 배포하므로서 지역문화예술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한편 이 삼부자의 인심은 명창인 임방울(1904-1961), 김소희(1917-1995)와의 인연도 깊게 하였다. 이들이 소리꾼들에게 내주는 ‘소리채’가 넉넉하다는 소문으로 전국 소리꾼들이 익산으로 모여들어 국악발전의 토대가 되는 역할도 하였다. 당시 임방울은 조해영의 식객으로 머문 적이 있으며, 이 지역에서 김소희, 박동진(1916-2003), 오정숙(1935-2008), 신쾌동(1910-1977)등의 공연을 자주 볼 수 있게 하였다.

당대 전국에서도 손꼽혔던 재벌인 이들은 단순히 부를 축적한 데에 그치지 않고 어려웠던 사회상황에 눈을 돌려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삶을 실천했기 때문에 이들이 거주 했던 고택은 건축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정신적인 면에서도 빛나고 있어서 더욱 더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이에 이 삼부자의 고택의 근처에 위치한 ‘함열 향교’ ‘함라 한옥체험관’이 어우러져 마을 전체가 한옥체험단지를 형성하고 있으니, 인근의 힐링숲 체험과 함께 찾아 보기를 권유드린다.

/이승연(전북특별자치도 문화재전문위원,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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