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제우 최시형 강일순 개벽 세상을 꿈꾸다(편저 박맹수, 펴낸 곳 창비)'는 조선 후기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 동학의 2대 교주 최시형, 그리고 조선 말 증산교 창시자인 강일순 등 한반도 후천개벽운동을 대표하는 인물의 삶과 사상을 정리한 책이다.
태초의 천지개벽이 하늘과 땅이 열린 물리적 현상이라면, 후천개벽은 인간의 정신에 일어나는 근본적 변화, 사회적 전환을 가리킨다. 지배층의 부패와 탐관의 수탈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봉기하는 와중에 서양 문물을 맞닥뜨리며 혼란에 빠진 조선조 말기에 이 후천개벽의 이념이 백성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다. 이는 수운 최제우에서 비롯되어 해월 최시형, 증산 강일순을 거쳐 소태산 박중빈에 이르기까지 여러 한반도 사상가들의 주요한 주제였으며, 현대 자본주의에 와서도 인간 각자가 ‘사람다운 삶’을 사는 데 여전히 절실히 탐구해볼 만한 화두다. 이 책은 최제우, 최시형, 강일순의 글을 소개하면서 한반도 고유의 사상적 자산인 후천개벽의 토대를 생생히 확인한다.
편저자 는 이 책에서 기존의 동학 연구가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을 정확한 사실관계를 통해 되짚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최시형이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기존의 오해를 해명하고(28~30면), 증산 강일순의 사후 교파가 다양해지면서 증산의 행적과 가르침에 대한 이해가 크게 엇갈리는 점 등을 언급(39~41면)한다. 이 같은 정밀한 고증과 연구를 기반으로 최제우, 최시형, 강일순의 저술을 정리하여 소개했으며, 이로써 한반도 후천개벽사상이라는 하나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냈다. 이 책은 한국의 여러 사상적 천재들 중에서도 외부로부터 유입된 학문과 종교에 귀의하지 않고 바로 이곳 한반도를 토대로 고유의 철학을 창조한 개벽사상가들의 삶과 생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맞춤의 자료가 될 터이다.
편저자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원광대학교 제13대 총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동 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1955년 전남 벌교에서 출생했으며, 1979년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ROTC 장교로 군 복무 도중 1980년 5월 광주를 겪으며 큰 충격을 받았다. 군 제대 후에 5월 광주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굴절된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1983년 한국학대학원에 진학해 전국 각지에 소재한 동학 유적지를 찾아다니며 숨겨진 자료를 찾고 동학 후손들의 증언을 채록하는 등 이른바 ‘발로 쓰는’ 동학 연구에 매진, 1996년 동학 2대 교주인 해월(海月) 최시형(崔時亨)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7월 일본 홋카이도대학 문학부 소속 후루카와 강당(古河講堂)에서 전라남도 진도 출신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이 100년 만에 ‘방치된’ 상태로 발견되는 사건을 계기로 도일(渡日), 1998년 홋카이도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에 진학했으며 '근대한국과 일본과의 관계&;동학사상, 갑오농민전쟁, 청일전쟁을 중심으로'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2년부터는 ‘일본의 양심’으로 존경받았던 나카쓰카 아키라(中塚明, 1929∼2023) 나라여자대학 명예교수와 함께 ‘한일시민이 함께 동학농민군 전적지를 찾아가는 여행(이하, 한일동학기행)’을 조직해 2023년까지 매년 빠짐없이 시행함으로써 한일 양국의 양심적인 시민들과 우호와 교류 증진에 힘써 왔으며, 2023년 10월에는 한일동학기행의 결실로써 일본 시민들의 성금을 모아 전남 나주시에 ‘동학농민군 희생자를 기리는 사죄의 비’를 세웠다.
대표 저서로 '사료로 보는 동학과 동학농민혁명'(모시는사람들, 2009), '개벽의 꿈 동아시아를 깨우다&;동학농민혁명과 제국일본'(모시는사람들, 2011), '생명의 눈으로 보는 동학'(모시는사람들, 2014), '개벽사상과 종교 공부'(공저, 창비, 2024), '신판 동학농민전쟁과 일본'(공저, 일본 도쿄, 고분켄(高文硏), 2024), '일본 사료로 보는 동학과 동학농민혁명'(근간, 모시는사람들) 등이 있다.
번역서로 '1894년, 경복궁을 점령하라'(푸른역사, 2002), '이단의 민중반란&;동학과 갑오농민전쟁 그리고 조선 민중의 내셔널리즘'(역사비평사, 2008), '동경대전'(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일본의 양심이 보는 현대일본의 역사인식'(모시는사람들, 2014) 등을 펴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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