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길목]지역 문화재단, 이대로 괜찮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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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지역 문화재단은 1997년에 출범한 경기문화재단이다. 경기문화재단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지역 문화재단 설립이 잇따랐다. 우리 지역은 2006년 전주시를 시작으로 익산시(2009년), 완주군(2015년), 전북특별자치도(2016년), 고창군(2019년), 부안군(2021년), 군산시(2023년)에 문화재단이 설립되었고, 정읍, 남원 등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문화재단의 출발은 문화예술계 활동가들에게 큰 희망이었다. 지역 문화재단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던 1990년대 후반은 문화와 예술, 특히 지역문화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던 시기였다. 문화가 사회문제를 인지하는 한 과정이자 민주화 투쟁 수단의 하나로 다루어졌던 80년대를 지나고, 민주화가 어느 정도 완성되면서 문화는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누리는 보편적인 삶의 가치이며 지역문화가 그 중심에 있다는 인식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역문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문화예술 활동가들은 지역의 문화예술정책이 수립되고 집행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공식적인 통로가 필요하다 느꼈고, 관은 문화예술 정책이 지역발전을 위한 중요한 정책으로 부상하면서 보다 전문적인 식견에 의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느끼면서 지역문화를 보다 전문적으로 발전시켜 갈 구심점의 필요성에 공감하였다. 그 결과 지역 문화재단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큰 기대를 안고 출범한 지역 문화재단의 효과에 대해 실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든 문화예산은 문화재단으로 쏠리고 있는데 그만큼 지역문화계도 성장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적 시각 때문이다. 우리 지역은 채 5년이 안된 신생 지역도 있어 예외일 수 있으나 반면교사로 삼아볼 만하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건 지역 문화재단이 방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문화재단이 필요했던 것은 지역문화와 관련하여 비전문적 시각이나 잘못된 의도에 의한 정책수립과 의사결정을 경계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재단이 지역의 문화정책 수립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문화재단은 지역의 문화예술 창작환경, 주민의 문화향유여건 및 문화적 정주환경, 문화산업 성장조건 등에 대한 진단과 분석을 일상적으로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문화와 관련한 담론을 모아가며 정책생산의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화재단 대부분이 민간단체에서 해도 될 시민문화향유사업이나 시설관리, 관 사업 대행, 정부 공모사업 수행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지적은 문화재단이 중요하게 여겨야 할 고객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관행적으로 일을 해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지역 문화재단 설립 논의가 활발했던 90년대말~ 2000년대 초반에는 주민 문화향유 사업을 전개할만한 전문단체나 전문인력이 지역에 충분하지 않았다. 따라서 문화재단이 문화현장을 발굴하고 프로그램을 챙기며, 주민의 문화향유권을 넓히는 사업을 직접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지역마다 창의성으로 무장한 풀뿌리 문화단체나 전문인력들이 대거 양성되었고 이들이 주민 문화향유권 확대의 최전선에 서있다. 그러니 당연히 문화재단의 기능과 역할은 지역의 문화단체나 전문인력들이 더 많은 활동기회를 갖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니 종종 지역 문화현장에서 문화재단과 민간단체나 활동가들이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경쟁은 재원과 인력이 풍부한 문화재단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니 문화재단이 지역 풀뿌리 문화단체나 활동가들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경우고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제 문화재단의 중요한 고객은 일반 시민에서 매개자인 지역문화단체나 활동가들로 확장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지역문화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풀뿌리 문화활동 기반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재단이 중간지원조직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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