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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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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봄도 흐드러지기 시작하는 중춘지절이다. 엊그제는 하늘이 비로소 맑아진다는 청명 · 한식도 지났다. 매화꽃도 다 지고 이젠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벚꽃이 산야에 두루 만발하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우리가 맞이하는 우리나라 정계政界의 소식들은 늘, 당나라의 시인 동방규東方&;의 시 「소군원昭君怨」에 나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그런데, 올해 봄은 거년 봄과는 조금 다르다. 다르긴 한데, 역시 봄은 봄이라 언제 어떻게 날씨가 변할지 그 속내를 알기는 쉽지가 않다. 똑같은 봄은 없을 테지만, 그 각기 다른 변덕 많은 봄들이 아무쪼록 큰 낙과落果의 재난이나 없이 부디 결실이 있는 봄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 봄날, 우리나라 정계를 보며 떠오르는 사람이 한 사람 있다.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 지식인 자크 아딸리(1943~현재)란 사람이다. 올해 나이 81세인 그는 현재 살아 있는 프랑스 최고 지식인들 중의 한 사람이지만, 학자 · 지식인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다양한 직업으로 학계 · 정계 및 국제기구를 넘나들어, 1970년대 미테랑 대통령 특별보좌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을 설립 총재직, 1990대부터는 빈민 퇴치 목적의 국제조직 플래닛 파이낸스(Planet Finance)의 회장직, 그후 그는 국제사회의 권력 이동 문제, 공산주의의 약화, 테러리즘의 위협 등 국제 정세에 대한 미래 전망과, 기후 이상 변동, 금융 버블 현상, 휴대전화와 인터넷 만능 시대 등의 미래 사회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하기도 했다. 필자는 대학원 시절 초기에 소석 이기우 선생님께 이 사람의 아주 작은 책자인 『Noise』 곧 “소음”이란 책자 강의를 들은 기억이 새롭다.

이 말을 꺼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그것은 정치와 철학/지식의 관계를 얘기하기 위해서이다. 정치란 철학/지식과 깊은 상호관계가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 정치사를 얼핏 돌이켜볼 때에도, 우리는 놀라운 한 사실을 발견한다. 그것은 조선시대 오백년 동안의 정치사의 뒷면은 곧 철학/지식의 역사라는 점이다. 물론, 그것이 지나치게 중국 성리학 지향적인, 외래지향적인 성격이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조선시대 오백년 정치사는 철학/지식의 역사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이 양립하며 전개된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러한 정치사상은 조선 말기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계기를 맞는다. 그것은 우리나라 정치사상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두 가지 사건 때문이다. 하나는 수운 최제우(1824/순조 24~1864/고종 1)와 그 이후 반세기 후의 증산 강일순(1871/고종 8~1909/순종 2)의 출현이다.

이 두 사람을 통해서 우리나라 정치사상은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맞이한다. 최수운은 “사람/백성/서민이 하늘이다.”라는 “인내천” 사상을 세상에 드러내어, 우리나라 이천년 역사 이래 왕이 나라의 주인/하늘이 아니라, 백성/서민이 바로 나라의 주인/하늘이다라는 정치적 민주사상에 우리나라 국민들이 눈을 뜨게 했고, 이 사상을 정읍을 중심으로 하여 몸소 실행한 동학농민혁명은, 이 사상을 우리나라 정치사에 실현하고자 가장 획기적인 역사적 정치운동이었다.

이 사상의 뒤를 이어, 정읍 출신 증산 강일순은, 동서-대립적인 “동학사상”을 동서-융합적인 “해원-상생-대동”이란 새로운 세계-융합의 21세기적 정치비전으로 전환시켜, 세상에 내어놓았다. 이 사상을 중심으로 해서, 우리는 일제강점기 당시에 나라를 잃은 국민 “육백만명”을 정읍으로 불러 모았고, 이들의 모금을 통해서 중국 상해임시정부 등 우리나라 독립운동 자금의 가장 큰 부분을 담당했다는 것도, 최근 여러 연구들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요즈음 정치인들이 끄떡하면 떠들곤 하는 “화합-상생”의 정치란 말이, 사상사적으로는 바로 우리 정읍 출신 사상가 증산 강일순의 “해원-상생-대동”의 철학사상에서 나온 것임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얘기를 꺼낸 이유도 매우 간단하다. 오늘날, 우리나라 정치에 과연 철학이 있는가, 사상이 있는가, 정치를 한다고 나와 떠드는 자들이 과연 그들이 떠드는 정치의 사상과 이념이 과연 있는 것인가 묻고 싶다. 우리가 보기엔, 저들은 저들이 기반하고 있는 그 어떤 사상이나 철학도 거의 없어 보인다. 그래서 저들은 우리를 어디로 어떻게 이끌고 가겠다는 것인가.

여기서, 구한말 이후 우리 선인들이, 세상에 떠도는 풍요 형태로 남기어주신 민요 하나를 상기해 보고자 한다.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 속지 마라/ 일본놈 일어난다/ 중국놈 주무신다” 이 풍요는 이제 다음과 같이 바뀌게 되었다는 것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알까 모르는 것일까. 물론, 아는 사람이 있기는 있는 것 같다.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 속지 마라.

일본놈 일어났다,

중국놈 깨어났다.



/김익두(사단법인 민족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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