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두색으로 물들어 가는 새봄의 나무들과 연분홍 진달래꽃, 하얀 꽃망울이 터져 번지는 조팝나무의 변신은 고창 운곡습지의 숲길을 걷는 나그네에게 주어지는 환대의 선물이며 특권이다. 습지는 물기가 축축한 땅, 물을 담고 있는 그저 소박한 땅임에도 왜 편안해지고 어머니의 품속처럼 따뜻하고,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찾고 싶어지는 걸까?
습지는 수 천 년 간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고, 오랜 세월 동안 습지에서 얻어지는 물은 생명을 지속시키는 존재로, 인간과 자연의 접점이 되어 우리의 삶과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크게 이바지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습지라는 친구는 홍수조절, 해안선의 안정화 및 폭풍 방지, 영양분과 먹이의 공급, 기후 조절, 수질 정화, 생물종 다양성 유지, 인간이 필요로 하는 어패류 음식. 목재. 땔감. 사료 등의 생활용품을 제공하는 생산적 기능, 여가 활동과 관광을 위한 역할, 문화적인 가치 부여 등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가득 담아 선물하는, 인간을 건강하게 하고 지구촌을 살리는 고마운 어깨동무이다.
습지와 물, 습지와 생물다양성, 습지와 식량안보, 습지와 생계, 습지와 기후변화, 습지와 문화로 크게 나누어 습지와 인간과의 절묘한 관계를 생각해 보면 습지는 생활용수를 저장하고 공급하며, 천연 필터로 우리가 마실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는 즉 물에 의존하는 우리의 생활을 책임져 주는 존재이며, 전 세계 약 40%의 식물과 동물이 습지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으며, 습지의 생물다양성은 식량, 깨끗한 물,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연재해를 예방하며, 기후변화의 영향을 완화해 주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하겠다. 습지에서 잡은 물고기는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 되고, 인간이 경작하는 논은 매년 35억 명의 사람들을 먹여 살리며, 습지는 수 천 년 간 문명의 발달을 뒷받침해 왔으며, 인간들에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깨끗한 물과 식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헌한 식량안보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또한 일터가 되고 빈곤을 퇴치하는 습지는 전 세계적으로 식량, 수자원 관리, 운송, 여가 활동 등 10억 개 이상의 생계 수단을 제공하고, 6억 6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어업과 수산 양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서 쌀 재배와 가공 산업은 약 10억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 세계의 절반에 달하는 관광객이 습지에서 휴식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며, 여행·관광 분야에서 창출되는 2억 6천6백만 개의 일자리는 전 세계 일자리의 8.9%에 해당된다고 한다. 또한 습지 주변 지역주민들은 약용식물, 염료, 과일, 습생식물을 수확하고 가공하는 전통적인 생계 수단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왔으며, 축산업에서 가축 방목 시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 습지를 찾는 등 습지와 우리 인간의 생존. 생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고 말할 수 있다. 아울러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맞서는 환경 지킴이 습지는 지구상 다른 어떤 생태계보다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탄소의 형태로 저장하고, 이탄습지는 육상에 존재하는 탄소의 약 30%를 저장하는데, 이는 전 세계 숲이 저장하는 양의 두 배에 달한다고 하며, 맹그로브, 해초군락, 염습지 등 연안의 블루카본 (해안. 해양 생태계에 흡수되어 저장되는 탄소) 생태계는 열대 우림보다 최대 55배 빠른 속도로 포집하고 저장됨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해안가에 사는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폭풍해일, 허리케인, 지진해일로부터 60%를 습지로 인해 보호받고 있으며, 4,000㎡의 습지는 홍수 때 약 560만 L의 물을 흡수할 수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아울러 습지는 태초부터 인류의 창조적이고, 영적인 분야에서 영감을 주었고, 세계의 여러 문화권에서 예술적 문화유산의 탄생에 기여한 문화적 가치부여는 부정할 수 없다. 이렇듯 소중한 습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 다큐멘터리의 외침은 개발로 인해 황폐해지고 있는 습지만큼 습지총량제. 습지은행제도로 복원시키는 외국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절박함을 숨길 수가 없다. 산지습지인 고창운곡람사르 습지와 연안습지인 고창 람사르갯벌습지 두 개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우리는 행복감과 책임감이 동시에 상념에 스며들게 하는 희망찬 새봄의 메아리로 울려 퍼지기를 기대하며... /안승현(지속가능발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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