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글은 상상의 영역을 확장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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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빛을 조각한 예술가, 이사무 노구치(지은이 에밀리 휴즈, 옮긴이 윤지원,펴낸 곳 지양어린이)'는 현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의 삶과 예술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그림책은 노인이 화를 내며 전화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세계적인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1904~1988)였다. ‘1986년 '베니스비엔날레'에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참가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으나 처음엔 단호히 거절했다. 오랫동안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거절당했던 경계인으로서의 아픈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솟구치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자신의 달팽이 껍질 속으로 들어가 대나무 살과 뽕나무 종이를 사용해 조명등 ‘아카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카리를 만들면서 이사무는 외롭고 힘들었던 어린 시절, 포근하게 감싸 주던 어머니 품과 좋아했던 그리스 신화의 낡은 책장들, 창호지 문 틈으로 스며드는 달빛의 편안함을 떠올렸다. 그는 아카리 불빛으로 어두운 세상을 따뜻하게 밝히고 싶었다. 드디어 빛의 조각 작품 아카리를 완성한 이사무는 전화를 걸어 전시회에 미국 대표로 참가하겠다고 말한다. 노구치의 삶과 예술을 추적해 나가는 휴즈의 글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현재로 순환하는 완결된 이야기 구성을 이루고 있다. 또 노구치의 조각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에밀리 휴즈의 초현실주의 경향의 그림은 간결한 글의 여백을 채우며 상상의 영역을 확장시켜 준다. 휴즈는 맥밀란 어워드, 가이젤 어워드 등을 수상하였으며, 소외된 삶과 상처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위대한 예술가 이사무에게 시적이고 아름다운 이 그림책을 헌정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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