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연말이 되면 뜻있는 전국의 교수들이 올해 우리나라의 현실을 한 마디로 설명하는 상징적 의미로 사자성어를 뽑아낸다. 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꼽았다고 한다. 견리망의란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의미이다. 쉽게 말해 ‘내게 이익이 된다면 옳고 그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참 씁쓸하지만 올 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여러 뉴스를 상기하면 달리 반박할 여지가 없다. 정치분야는 각자 진영을 꾸려놓고 자기 진영의 이익이 된다면 거짓말이나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일에도 전혀 부끄러움이 없다. 경제분야는 어떤가. 기업인이나 상인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도덕이나 책임, 의무도 없다. 수많은 사람이 생활하는 아파트를 짓는데 안전의 기초가 되는 철근을 빼먹는 일도 서슴치 않을 정도니 말이다. 교육분야는 어떤가. 내 아이의 일이라면 다른 아이나 선생님께 대한 예의나 존중은 일푼의 가치도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보살펴야 하는 의료인들이 마약을 팔거나 생명과 건강을 돈벌이로만 이용하는 일을 서슴치 않고 행하고 있다. 또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어떤가. 진리보다는 온갖 요사스러운 말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물론 모든 정치인이, 경제인이, 학부모, 의료인, 전문가들이 다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될수록 의로움을 지키는 일이 점점 더 손해보는 일 같거나 영리하지 못한 일 같다고 느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옳은 일이 고집으로 보이고 옳은 말이 분위기 깨는 말로 타박받기 일쑤이며 그런 이들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그렇다면 참 좋겠다.
’견리망의‘라는 사자성어가 이전부터 있던 말은 아니다. 원래는 『논어(論語)』 「헌문편(憲問篇)」에 인간이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으로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견리사의(見利思義)’가 등장하는데 이 말을 지금의 세태를 꼬집는 말로 다시 만들어낸 것이다. 이로움에는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이 있기 마련이고 이것이 혹시 의로움을 버리는 일이 아닌지 주의하라는 뜻의 말을 오히려 이로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세태를 상징하는 말로 비틀어 사용한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무엇이었나 궁금해서 찾아 보았다. 지난해에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 2021년에는 '도둑을 잡을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되다'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 2020년에는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다.
물론 사회적 개혁과 혁신을 먼저 생각하는 교수들이라 우리 사회를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았을 것이라 짐작은 가지만 그래도 하나 같이 부정적인 말들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잘못했다면 고쳐야 하고, 도둑을 잡을 사람은 마땅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바로 해야 하고, 나만 옳다고 주장하기 보다는 남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여러 사람이 질서있는 평화를 누리며 더불어 살 수 있지 않겠는가.
사회란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삶터이다. 내가 제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해도 삶터 자체가 나빠지고 있다면 내 삶이 결코 안락할 수도 평화로울 수도 없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이익만을 위해서 달려간다면 이익이 맞닿는 어느 지점에서 충돌을 피할 수 없으며, 그 충돌을 원만하게 제어하지 못하면 결국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 정치가 그러고 있지 않은가. 서로에 대한 무한 투쟁만이 자신의 존재 이유이자 생존하는 방법이 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고리타분해 보이고 시대에 맞지 않아 보인다 하더라도 ‘견리망의’보다는 ‘견리사의’하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하지 않겠는가. 혹시라도 나는 견리사의를 못 한다 하더라도 우리 주변의 ‘견리사의’하는 사람들을 더 존중하고 더 존경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는 잃지 않아야겠다. /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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