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로 괴로운 숨 지고 이어 가랴 하니 / 좁은 가슴 안에 나날이 돋는 시름 / 회도는 실꾸리같이 감기기만 하여라 // &;아아 슬프단 말 차라리 말을 마라 / 물도 아니고 돌도 또한 아닌 몸이 / 웃음을 잊어 버리고 눈물마저 모르겠다// &;쌀쌀한 되바람이 이따끔 불어온다 / 실낱만치도 볕은 아니 비쳐 든다 / 찬 구들 외로이 앉아 못내 초조하노라// 시름 | 가람 이병기
다가공원 정상으로 오르다 보면 초입 오른편에 자리 잡은 가람 시비에 있는 ‘시름’이란 시다. 쓸쓸하게 가람 시비가 자리하고 있었다. 오가는 사람이 없는 인적이 뜸한 다가공원이 되었다. 학창 시절 자주 왔던 다가공원이 아니었다. 필자가 중학교 시절 가족사진을 찍었던 곳이 다가공원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방학이면 아침 일찍 운동하러 온 사람들로 붐볐던 곳이 다가공원이었다. 올해 몇 차례 다가공원 일원을 다녀왔다. 왜 이렇게 다가공원을 방치하다시피 하는 것일까? 10년 전에 전주 모 의원이 다가공원을 ‘근대역사 테마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제안한 적이 있었다. 다가공원을 중심으로 주변에 근현대 유적을 묶어 ‘근대역사 테마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제안은 의미 있다고 필자는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당시 받아들여지지 않은 듯하다.
다가공원은 해발 65m에 정도 되는 야트막한 다가산 일원을 일컫는다. 공원은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녹색의 열린 공간으로 근대에 탄생한다. 이곳은 예로부터 경관이 빼어나 전주 팔경 중의 하나인 다가사후(多街射帿)라 불렀다. 다가사후(多街射帿)는 직역하면 ‘다가(多佳)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아 얼굴이 옥 같다는 뜻이고 사후(射帿)는 과녁을 향하여 활을 쏜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다양하게 의역하여 ‘다가 천변 물이랑을 끼고 한 무리의 백설같이 날리는 이팝나무꽃 속에서 과녁판을 겨누는 한량들의 풍경’ 또는 ‘다가 천변 물이랑 끼고 기녀들의 춤가락은 옥색 바람에 버들가지 쏠리듯 하고 무관, 한량들은 호연지기를 겨루는 오시 관중의 과녁판을 겨누고 쏘아대는 장관의 풍경’이라 해석한다.
다가공원 입구에는 천양정이 있다. 천양(穿楊)은 ‘버들잎을 화살로 꿰뚫는다’ 의미이다. 본래 전주의 사정은 1662년 처음으로 군자정이 세워지고 1712년 천양정과 읍양정이 차례로 생겼다. 이후 1912년에 천양정 하나로 통합되었다. 현재 천양정은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6호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현재 다가산 아래에 정자가 위치한 바위에는 다가정(多嘉亭)이란 암각서가 새겨져 있다. 가(佳)와 가(嘉)는 경관이 아름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근처의 많은 선정비와 불망비는 전라감영이 복원되면서 그곳으로 이전되었다.
다가산은 일제 강점기 1916년 이곳에 전주 신사가 세워지면서 아픈 역사가 시작된다. 또한 이때부터 다가공원으로 불리기 시작한다. 다가산 정상은 과거 전주 읍성의 서문 밖이란 접근성과 전주시를 한눈에 조망하기에 적당한 장소였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다가산 일대는 관군들이 전주 읍성을 장악한 동학농민군의 동정을 감시하고 포대를 설치해 공격함으로써 읍성을 탈환하는 등 군사 전략적인 장소로 이용되었던 곳이다. 이런 이유로 전주 신사가 세워졌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는 다가교를 ‘신사에 참배하러 가는 다리’라는 뜻으로 ‘대궁교(大宮橋)’라 불렸다. 그리고 당시 다가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신사 참배를 위해 가는 길’이라 하여 ‘참궁로(參宮路)’ 불렸다. 또한 이곳에는 벚나무가 심어져 식민지 경관으로 조성되었다. 해방 이후 다가산은 민족 경관, 호국 경관으로 변모되었다. 호국지사충령비, 호국충렬탑 등 충혼탑과 가람 시비 같은 민족시인 기념비를 세우면서 민족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공간으로 변모되었다. 그리고 다가공원 주변에는 서문교회, 종탑, 신흥학교, 기전 학교, 예수병원 등 수많은 근대문화 유산이 산재해 있다. 지자체에서 나름대로 다가공원 주변을 근대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해 왔다. 그런데도 지난 몇 차례 다가공원 주변을 탐방하면서 느꼈던 것은 매우 소홀하다는 생각이다. 다가공원 주변을 근대 역사문화 공간으로 더 체계화하기 위한 재조명이 필요하다.
/이상훈(진안문화원 부원장·전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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