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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음식로봇

로봇·조리종사원·영양교사 합작 3시간만에 720인분 급식 `뚝딱'

우리는 매끼 식사를 한다. 두 끼나 한 끼만 먹는 사람은 있지만 한 끼도 안 먹는 사람은 없다. 식사는 생존의 가장 큰 원천이다. 식도락(食道樂)이라는 말도 있지만, 실제로 이 음식을 조리하는 일은 번거롭고 어렵다. 끼니마다 음식을 하기란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요식업자처럼 힘들어도 좋으니 손님만 많았으면 하는 직종도 있겠지만 대개 요리는 엄청 귀찮은 일이다.
더구나 집에서만의 식사가 아닌 도시락을 싸야 하는 건 신경이 많이 쓰인다. 공개된 식사이니 대충하기 어렵다.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던 시절 엄마들의 노고는 만만치 않았다. 자녀의 도시락 반찬이 친구들에게 밀려서는 안 되니 정성을 들여야 해서이다. 이 문제는 학교급식의 도입으로 해결이 되었다.
학교급식이 도입되면서 도시락이 사라진 것은 물론, 몇 번의 직선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무상급식까지 이어져 학부모들의 경제적 사정까지 덜었다. 더구나 친환경 식재에 철저한 위생관리와 균형 잡힌 영양식으로 학생들의 건강도 나아졌다는 평가이다. 또 급식을 조리하는 조리종사원들의 일자리까지 창출되었으니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다.
학교 급식실은 아침부터 조리종사원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시간을 맞춰야 하기에 쉴 틈이 없다. 이렇게 준비된 음식은 비조리학교에 보내기도 하고, 또 자체로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같은 근육을 계속 사용하다 보니 조리종사원들 대부분이 손가락 관절염이나 터널증후군 같은 직업병에 시달린다. 또 탁한 공기로 인해 폐암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음식을 조리하는 일이 힘들다 보니 대신해주는 기계가 나왔으면 하는 상상을 가끔 하게 된다. 재료만 넣으면 뚝딱 음식을 만들어주는 기계가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그런데 그게 상상만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학교급식을 조리하는 로봇이 등장한 것이다. 서울 송곡중학교에 급식로봇 4대가 도입돼 학생들의 급식을 돕고 있다.
로봇이 도입되면 사람을 줄일 것이라는 우려와 다르게 기존 7명의 조리종사자와 영양교사는 그대로 일을 한다. 로봇은 뜨거워 위험한 볶음이나, 국 끓이기, 유탕 등의 일을 맡는다. 아침마다 조리 로봇에 메뉴를 입력하고 명령을 내리면 조리를 시작한다. 사람의 움직임이나 속도, 온도까지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20일 급식로봇이 최초로 도입된 송곡중학교 급식실에서 로봇과 조리종사원, 영양교사가 합작해 3시간만에 720인분의 양념통닭 갈비맛과 쇠고기탕국, 그리고 볶음밥을 조리해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이는 번거로운 조리를 기계가 대신하는 꿈의 실현만이 아니라 다가올 로봇시대에 인간과 공존하는 고용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 같아 반갑기까지 하다./김판용(시인·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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