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대리초, ‘폐교위기’서 농촌유학 1번지로

■위기의 초·중·고, 시범학교를 찾다 2009년 신입생 `0', 교사·주민 농촌유학 주목… 2014년 전교생 100명으로 작은 학교 생존 공식 각광… 전북, 지역특색 살린 18개교 프로그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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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관에 다닐 수 있는 나이대 사람 수를 뜻하는 ‘학령인구’는 최근 수년간 교육계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인구감소 여파는 가장 먼저 학령인구 감소로 뚜렷하게 존재감을 드러냈고, 북적거리는 교실과 전교생으로 가득 찬 운동장은 옛 풍경으로 전락했다.

전북도는 학령인구 감소 위기를 크게 맞닥뜨렸다. 가장 먼저 치명타를 맞은 것은 초등학교였다. 올해 입학식이 열리지 않은 초등학교는 11곳. 신입생이 1명이라 ‘나홀로’ 입학식이 열린 곳도 26곳이다. 신입생이 10명 이하인 초등학교를 살펴보면 전체 422곳 중 215곳(50.9%)으로 과반을 넘었다.

학생 수가 10명 미만인 학교는 24곳으로, 올해도 초등학교 7곳과 중학교 4곳이 인근 학교와 통합됐거나 통합 예정이다. 각 학교들이 통합&;폐교의 위기에 놓인 가운데 생존의 길은 무엇일까. 새전북신문은 농촌 유학을 통해 폐교 위기에서 벗어난 임실 대리초등학교와 양성호 교사를 찾아 그간의 노력과 과정을 들어보고 관련 정책을 살펴보았다.



# 신입생 0명&;전교생 17명…폐교위기 학교, 농촌유학에서 기회 찾다



금요일 오후 찾은 임실 대리초.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며 왁자지껄한 소리가 교정을 울렸다. 어느 초등학교와 같은 활기찬 모습이지만, 불과 10여년 전에는 폐교 위기에 직면했던 곳이다.

지난 2009년 신입생은 0명이었고 입학식은 열리지 않았다. 전교생은 17명까지 줄어들었다. 1면 1교라는 정책에 따라 대리초는 면 소재지에 있는 신평초와 통합도 언급되고 있었다.

당시 귀농을 위해 임실에 자리 잡았던 양성호 교사를 비롯해 동료 교사, 동창회, 지역주민들은 이대로 학교가 없어지게 둘 수 없다고 뜻을 모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학생이 없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어떻게 학생을 학교로 이끌 수 있을까를 고민한 이들은 농촌유학에 주목했다. 농촌유학은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집을 떠나 농촌에 머물며 학교에 다니고 생활하는 일의 통칭이다. 일본에서 ‘산촌유학’이라는 형태로 1970년대부터, 전북 지역은 2007년 완주 고산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귀농을 위해 양성호 교사가 직접 지었던 집은 농촌유학센터로 변신했다. 2009년 겨울 첫 모집에서 서울&;경기&;제주 등 각 지역 아이들 9명이 대리초를 찾았다. 당시 과밀학급이 많았던 전주에도 농촌유학을 알리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전교생 17명에 불과했던 학교는 이듬해 53명까지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도 힘을 보탰다. 마을주민들은 마을 소유 토지에 유학센터를 짓도록 중지를 모았고 지자체도 군비를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2011년 학교 부지 옆으로 대리마을농촌유학센터가 들어서며 농촌 유학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농촌유학 효과는 성공적이었다. 2014년 전교생은 100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후에도 50여명 수준을 유지했으며 올해의 경우 전교생 37명 중 10명이 농촌유학생이다.

농촌유학은 단순히 학교에 활기만 준 것은 아니었다. 유학생을 계기로 부모까지 지역에 자리를 잡거나, 인근 주민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마을 전체에 활기가 돋아났다. 이날도 지역주민들이 아동안전지킴이로 학교를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교가 없어진다면 주민들이 떠날 수밖에 없고 지역에는 노인들만 남게 됩니다. 학교를 살리는 일은 지역을 살리는 일이 될 수밖에 없어요” 양성호 교사의 말이다.



# 오해&;편견 속 부침 겪은 농촌유학, 이제 대세로



“뭔가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같은 편견들이 가장 크게 발목을 잡았죠”

농촌유학을 도입하는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양성호 교사는 “어려움이 굉장히 많았다”며 특히 편견의 문제가 컸다고 회상했다.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고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사람은 도시로 가야지 왜 시골로 가야 하느냐는 말을 들은 적도 있어요”

이를 양 교사는 ‘어른들의 편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는 것. 학생 상당수는 도시와 과밀학급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왔으며, 답답했던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농촌에서의 삶에 도전하고 싶어 했다는 설명이다.

양 교사는 “부모들은 아이를 시골로 보낸다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거나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하지만 학생들의 만족감은 굉장히 높다”며 “농촌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면 아이들이 자연과 계절을 느끼며 자립심을 성장할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긴 시간 이러한 편견을 하나씩 벗겨낸 농촌유학은 현재 작은 지역의 생존 공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국적으로 각 지자체와 교육청은 농촌 유학 관련 지원을 늘리며 학령인구 감소 위기 극복을 모색하고 있다.

여전히 어려움은 남아있다. 서울시가 지원해오던 농촌유학 관련 조례가 폐지에 직면하고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사업 예산도 삭감되는 등 파도가 들이닥친 것. 하지만 양성호 교사는 작은 학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농촌유학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어촌의 30명 규모 학교는 5년 이상을 버틸 수가 없을 겁니다. 해마다 학생이 줄어드니까요. 지금이라도 빨리 농촌유학을 다양한 형태로 안착해야 합니다”



# 자연 속에서 해방감…농촌유학 만족도 96.1%



“서울에서는 전교생이 1,000명 정도였어요. 학생이 많아서 현장학습도 거의 안 가고 놀이시설도 없었습니다. 특히 코로나가 유행할 때는 정말 답답했고 재미도 없었어요”

구세현(12)군은 서울 성북구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2살 터울 동생인 구지원(10)군과 함께 대리초로 농촌유학을 왔다. 대리초에서의 생활을 묻는 질문에 “하루하루가 너무 재미있다”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프로그램도 대만족이다. 대리초는 댄스, 마술, 락밴드, 난타와 같은 프로그램부터 목공이나 동물기르기, 텃밭가꾸기 등 농촌유학 특화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동생 구지원군은 “방과후 활동이 너무 좋다”며 “목공 수업이 무척 하고 싶어 다음 학기에 선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촌유학은 참가자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전북교육청에서 운영한 농촌유학 참가자는 지난해 27명에서 올해 84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8월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 197명 중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94.1%에 달했다.

유학생 학부모는 94.2%, 유학생은 84.2% 만족도를 보였다. 학부모는 만족 사유로 스트레스 감소 및 정서적 안정(22%), 다양한 프로그램(20%), 친구·선생님과 교류 증가(15%) 등을, 유학생은 친구와 선생님의 친절함(29.4%), 다양한 체험학습과 교육활동(26.4%), 아름다운 산과 자연(17.6%)을 꼽았다.

재학생 역시 새로운 친구와 지내는 생활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75%에 달했다. 같이 놀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아짐(52.6%), 새로운 친구들과 서로 잘하는 것을 가르쳐 줌(17.1%) 등을 만족 이유로 꼽았다. 농촌유학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유학생뿐만 아니라 재학생에게도 긍정적이라는 결과를 보여줬다.



# 지방소멸 위기, 농촌유학과 어울림학교로 극복



전북교육청은 작은 학교를 지킴으로써 지방소멸을 극복하고자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추진 사례가 농촌학교와 어울림학교다.

올해 교육청 농촌유학 협력학교는 8개 지역 18개교로, 전북의 농촌유학은 지역별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림초는 진안고원치유숲 연계한 아토피 치유 프로그램 교육과정을, 이평초는 동학농민혁명과 연계한 마을교육과정을, 지사초는 치즈테마파크 등과 연계한 교육과정을 선보이는 등 학교와 지역은 농촌유학을 통해 더욱 밀접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북교육청은 농촌유학을 더욱 확대해 지속할 방침이다. 기준 운영학교 외 희망학교를 추가로 모집해 내년 운영학교를 늘린다. 또 모집 단위도 기존 학년 단위에서 학기 단위로 변경하고, 방학 기간을 활용해 사전답사도 가능토록 하는 등의 편의를 보장한다.

이밖에 진안&;임실&;순창은 총 사업비 110억원을 들여 농촌유학 활성화를 위한 가족체류형 거주시설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진안의 경우 지난 5일 농촌유학 페스티벌을 열고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농촌유학에 거는 기대가 크다.

농촌학교가 타 지방 도시 아이들을 농촌으로 이끄는 사업이라면 어울림 학교는 전북 지역의 도시와 농촌의 경계를 허무는 제도다. 작은 학교와 큰 규모 학교를 공동통학구로 지정, 큰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 학생 전입이 가능토록 했으며 올해 139개교가 운영 중이다.

전북교육청은 어울림학교 운영 결과 학생 감소율이 8.5%에 그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내년 대상 학교를 147곳으로 확대하고, 현행 시&;군 내 공동통학구에서 시&;군 간 경계를 허문 광역형 어울림학교로 확대할 방침이다.

임경진 교육협력과장은 “농촌유학과 어울림학교 운영을 통해 작은 학교를 지킴으로써 농어촌의 황폐화와 지역소멸을 방지하고자 한다”며 “농어촌 학교에 대한 정책을 강화해 작지만 강한 학교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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