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왼쪽부터 ‘퍼포먼스 부토’, 템메츠(Temmetsu), 시하루(Chiharu), ‘불어오는 바람’, 박남준, 임택준, 김옥, 2023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
몸짓 손짓이 더 잘 통할 때가 있다. 말이 다 하지 못할 때다. 생각을 표현하는 예술 장르로 발전한다. 표현방식에 얽매이는 것도 거추장스럽다. 전위예술의 대명사, 퍼포먼스 아트다. 평범한 일상과 세태를, 철학적 사유를, 가상의 미래를 어떻게 표현할 것 인가가 과제다. 연극과 문학을 비비고 음악과 영화와 공상을 버무린 생생한 예술실험의 장이다. 삶의 수행을 미학적으로 체계화시킨다. 미술관을 벗어나 경계선 밖으로 공간이동 된 예술 갈증의 비상구다. 관객은 무엇을 얻는가?
2023 섬진강국제실험예술제는 곡성의 동화정원에서 상한마을 폐농기구 조형 작품전까지 5일간의 여정이다. 자연과 생명이라는 생태공동체의 비전을 역설한다. 관객도 아티스트도 따로 없다. 모두가 하나다. 병든 심장은 치유하고 슬픔은 대숲에 실어 보낸다. 알 수 없는 불안도 백일홍꽃 흐드러진 대지가 보듬는다. 지리산은 말이 없고 섬진강은 유유히 흐른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연주한 전원교향곡이다. 아름다운 하모니 ‘태안사의 봄’이 산모퉁이를 돌아간다. 이데올로기의 굴레에 희생된 영령을 위로하고 영원한 평화를 기원한다. 푸른 동산에는 장미꽃을 든 여인, 로즈박의 퍼포먼스다. 심장의 고동 소리는 운명적 만남을 위한 숨죽인 설렘이다. 영원한 신의란 당초에 없다. 스스로 꽃이 되어 인간의 뜨거운 욕망을 백일홍, 그 순수의 밭에 기꺼이 내려놓는다.
템메츠(Temmetsu)와 시하루(Chiharu)의 부토, 죽음의 춤 공연이다. 검은 천으로 살짝 가리고 허옇게 드러난 육체, 핏빛 치마,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는 생명의 격렬한 떨림이다. 시인 보들레르의 터무니없이 치장한 허무의 매력으로서의 죽음이 아니다. 상실을 위로하고 슬픔을 승화시키는 그로데스크한 불멸의 몸짓이다. 용서할 수 없는 것들과 화해하고 진실을 표현하는 당신이 아티스트다. 지리산의 어린 왕자, 박남준의 새드 무비다. 시인의 잔잔한 고백송에 불시착한 심정은 갈 길을 잃는다. 저 멀리 고깔모자를 쓰고 북두칠성을 반짝이며 맨발로 다가오는 마법사, 임택준의 퍼포먼스다. 길 잃은 어린 왕자를 싣고 안드로메다로 간다. 돌아오는 티켓은 어디서 파는지 이정표도 없다. 어차피 나그네는 목적지가 없다. 실험예술의 물결은 이렇게 진지하게 관객을 보듬고 시간을 태운다.
구름도 쉬어가는 산 중턱에 자리한 축사에서 콘서트를 연다. 동물과 인간의 조응을 꿈꾸는 연대의 한 걸음이다. 쿠바, 길레르모(Guillermo)의 퍼포먼스가 빗장을 연다. 쌍꺼풀진 소의 커다란 눈망울이 더 커진다. 너나 나나 굴레에 갇혀 살기는 마찬가지다. 검은색 끈을 온몸에 감고 몸부림친다. 깊은 골짜기 축사, 요란한 사람 소리에 놀란 가슴 이내 감추고 정다운 시선이다. 진실한 눈 맞춤은 통하는 법이다.
장터에서 열린 굿판에 김석환의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다. 병들어 가는 지구를 위한 축원이다. 인류의 평화를 염원하는 장쾌한 몸짓이 강렬하다. 자연재해와 쓰레기로 신음하는 지구를 살리자는 절박한 메시지로 지구본을 공중에 띄운다. 가는 곳마다 두 손 모아 축원의 탑을 쌓는다. 대중적 친밀감이라는 행위예술의 난제를 극복하고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한 실험예술 무대였다.
작품의 주제 의식이 당대 현실 문제의 대안으로 다가올 때 축제는 성공이다. 자연과 생명이 공생하는 생태공동체를 살리는 주제는 인류의 숙원이며 오늘과 내일의 주제다. 모두 함께 달리는 마라톤이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여는 필연적이고 구체적인 공연무대다. ‘완벽하게’를 꿈꾸며 열정을 쏟는 예술가들의 창작에 대한 숭고한 의미를 존중한다.
/화가 김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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