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이 지나고 한풀 꺾였다고 하지만 여전히 폭염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고온에 섬진강 옥정호에 녹조가 심각하다고 한다. 질소와 가축 분료의 유입, 그리고 느린 유속에 수온이 상승으로 발생하는 녹조는 독소를 품고 있어 물고기들이 죽고, 이 물을 마시는 사람에게도 피해를 준다.
그런가 하면 남해에는 적조가 비상이다. 수온 상승으로 조류들이 지나치게 번식해 독을 품어낸다. 양식장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피해가 크다. 녹조와 적조를 없애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기온이 내려가 시원해지거나 비로 씻겨 내리거나 태풍이 와서 바다를 뒤집어야 해결된다.
이렇게 뜨거운 태양을 조선시대 학자 김종직은 ‘교양(驕陽)’이라 표현했다. ‘교만한 태양’이라는 뜻이다. ‘뜨거운 태양이 계속되어 수많은 농작물에 흉황이 들어가는구나’라고 하며 한 말이다. 농경시대의 폭염은 가뭄을 동반하기에 단순히 견디고 못 견디는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파탄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기우제를 지낸 기록도 많이 보인다.
지금이야 덥다고 해도 선풍기는 물론 냉방기까지 있으니 얼마든 피할 수 있지만, 예전의 폭염은 그대로 감당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그냥 버틴 것은 아니었다. 일반 백성들은 정자나무 그늘에서 한낮 무더위를 피했다. 왕실에서는 겨울에 한강의 얼음을 잘라 저장한 걸 꺼내 쓰며 이겨냈다.
제사 때 쓸 얼음을 보관하는 동빙고와 백성들에게 나눠줄 서빙고 등 두 개의 외빙고 외에 궁궐에 내빙고를 두었는데, 왕이 그 얼음을 잘라 신하들에게 하사하면 여름의 시작이다. 왕실 가족들은 꿀과 오매육, 백단향, 축사, 초과 등을 달인 제호탕(醍&;湯)에 얼음을 넣어 마시며 더위를 쫓았다.
이런 무더위에 농업기반이 자주 무너지자 상공업에 눈을 돌려 경제 발전을 이뤘다는 견해도 있다. 조선중기 이후 화폐 주조와 유통이 적극적으로 이뤄졌고, 은광 개발 등을 추진한 것은 농업에만 의존하는 경제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었다는 것이다. 전쟁이나 전염병 외에 자연재해도 역사를 바꾼다.
날로 뜨거워지는 태양 에너지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지 않으면 점점 인류는 위험해질 것이다. 교만한 태양이라 비난하며 고통에 시달리기보다 폭염의 열을 집적해 자연순환의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에너지로 인해 비용을 아끼는 것은 덤일 것이다.
지금 태양으로부터 쏟아지는 에너지를 피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그러면 지구는 점점 더 끓고, 잠 못 이루는 열대야는 지속될 것이다. 태양을 피하는 법은 오히려 태양을 이용하려는 자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김판용(시인·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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