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종인(본사논설위원·최재형기념사업회 홍보위원)
일본 지식인들이 129년 전 동학농민군을 학살한 선조를 대신해 전남 나주에 위령비가 아닌 사죄비 건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본보 8월 16일 보도>
오는 10월 제막식에서 선보일 사죄비에는 한국어와 일본어로 ‘동학농민군이 일본군의 전원살육 작전으로 처절하게 희생됐다. 과거의 깊은 상처를 간직한 나주를 미래의 상생, 평화의 나주로 만들고자 한일 두 나라의 양심 있는 지식인과 뜻있는 한일 동학 기행 참가자들이 나섰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감동을 더 하고 있다.
특히 한일 나주위령비 추진위에는 한일 동학 기행 한국 대표인 역사학자이자 동학 연구자인 박맹수(68) 전 원광대 총장이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어 의미를 더하고 있다.
40년 동안 동학을 연구해온 박 전 총장은 동학 2대 교주 해월 최시형 선생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고 사료 발굴을 하는 등 동학의 대중화와 계승에 앞장서 온 역사학계의 걸출한 학자다.
특히 5·18 당시 군에서 정보장교로 근무하며 느낀 죄책감 때문에 생긴 역사적 속죄와 책무를 평생 동학 공부와 실천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그동안 박 전 총장은 일본 유학 시절부터 사제의 인연을 맺은 나카츠카 아키라(95) 일본 나라여자대학 명예교수와 이노우에 카츠오(80) 홋카이도대학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나주학회, 한일동학기행단 을 이끌어 사죄비 건립의 '산파'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오고 있다.
2006년부터 나카츠카 아키라 교수의 제안으로 출범한 한일 동학 기행은 지난해까지 모두 17차례 동학농민혁명과 관련한 상호 답사와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40년간 동학을 연구해온 박 전 총장은 필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왜 지금 다시 동학인가?’라는 물음에 “문명의 대전환,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이뤄갈 지혜가 동학에 있다”고 밝혀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박 전 총장은&; '오늘도 걷는다 박맹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고난 역경을 넘어 역사학자로서 한 획을 그은 것도 그의 도전정신과 성실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승 장일순 선생에게 배운 '임전무퇴'의 호기와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라는&; '애민정신'은 박 전 총장을 지키는 '죽비'였다.
그에게 중세 유럽 수도원에서 수행하던 순례자들이 스페인 산티아고의 길을 걸으며 '진리'를 찾던 마음이 읽힌다.
박 전 총장이 사죄비 건립을 통해 민간 차원의 역사적인 화해를 이끌고 새로운 문명시대의 화두를 던지는 것도 129년 전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산야에서 스러져 버린 수십만 명의 무명(無名) 동학농민군들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되살려내야 한다는 절박함과 간절함의 소산이다.
박 전 총장은 동학농민군의 2차 봉기는 명백히 항일 봉기라는 확고한 역사 인식을 하고 있다.
최근 2차 기포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를 독립유공자로 서훈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봉준 장군의 공초(供草)와 일본군 토벌 대장의 문서, 일본군 병사의 종군기 등 모든 자료를 종합해볼 때 1895년 10월 명성황후가 시해된 뒤 일어난 을미의병부터 독립유공자로 서훈하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가 확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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