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과 객체(지은이 그레이엄 하먼, 옮긴이 김효진, 펴낸 곳 갈무리)'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기능주의 건축의 준칙을 환기시키면서 ‘형태’(form)와 ‘기능’(function)을 건축의 핵심적인 이원성으로 설정한다. 하먼은 ‘형태’를 단순한 ‘시각적 외관’이라기보다는 ‘자신이 관여하는 모든 관계로부터 떨어져 있는 사물의 실재’로 규정하고, ‘기능’을 ‘사물의 협소하게 실제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사물이 맺은 관계라면 무엇이든’ 가리킨다고 규정한다. 하먼은, 건축이 기능주의의 주술에서 벗어나서 하나의 자율적인 객체이자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서의 객체지향 건축으로 현존하기 위해서는 형태와 기능을 ‘제로화’해야 한다고, 다시 말해서 형태와 기능을 탈맥락화하여 비관계적인 것들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탈맥락화된 비관계적 형태와 기능은 각각 ‘제로-형태’와 ‘제로-기능’으로 일컬어진다. 요컨대 객체지향 건축은 ‘제로-형태’와 ‘제로-기능’을 달성함으로써 구현된다.
지은이는 건축물의 자율적인 비관계적 형태, 즉 ‘제로-형태’를 발견하려면 “건축물과 마주치는 모든 특정한 방식과 독립적인 건축물의 심층 구조를 찾아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형태의 ‘제로화’는 비직서주의적으로 또는 심미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다시 말해, 객체지향 건축은 형언할 수 없는 것을 유지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하먼은 탈관계화된 자율적인 종류의 기능, 즉 ‘제로-기능’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의 관건은 “모든 특정한 기능과 분리된 어떤 추상적인 종류를 찾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견지에서 기능의 제로화 기법으로 여겨질 수 있는 ‘기념물적 건축’의 두 가지 실례, 즉 알도 로시의 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례와 콜하스의 설계가 검토된다. 여기서 ‘제로화’는 ‘탈관계화’를 뜻하는 것이지, ‘무화’를 뜻하지는 않음을 유념해야 한다. 예컨대, 건축에서 기능의 무화는 불가피하게도 건축을 시각 예술의 한 장르인 조각으로 환원시키게 된다. 다시 말해서, 객체지향 건축 이론에 따르면, “건축의 명예를 지키는 올바른 방법은 기능을 형태화하는 한편으로 여전히 형태와 구분되는 것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철학자로서 하먼은 “다양한 제로화 기법은 건축가들 자신에 의해 발굴되어야 하고 추구되어야 한다”라고 선언한다.
미합중국 미네소타대학교 출판사가 기획한 ‘자연 이후의 예술’ 총서의 한 권으로 출판된 이 책은 서론과 다섯 개의 장, 결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는 건축이 미학 이론을 주도해야 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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