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오월의 슬픈 두 얼굴

‘갑오동학농민혁명’과 ‘광주민주화운동’의 현실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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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두(사단법인 민족문화연구소장)





올해에도 지난 5월은 슬펐다. 오월이 슬픈 것이 아니라, 어버이날이 정식 공휴일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세계 5대혁명’이라고 하는 ‘갑오동학농민혁명’ 기념일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때문이다.

올해엔 뭐가 좀 달라지나싶어 오월이 되자 텔레비전 뉴스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드디어 5월 11일 날이 왔다. 정읍 황토현 가설 기념식장에서 ‘갑오동학농민혁명’ 129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정읍시장, 정읍지역 국회의원 등이 참석하였고, 문광부 차관인가 문화재청 차관인가 하는 사람이 정부 대표로 단상에 나와 기념 식사를 했다. 그래도 달라진 것은 정읍시에서 주관해 열린 ‘제2회 세계 혁명도시 연대회의’에 참석한 해외 혁명도시 관련 대표자들의 얼굴이 눈에 띄는 것이었다. 이 보도는 전라북도 지방뉴스였다.

그리고 며칠 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날이 왔다. 아침부터 전국뉴스에서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라며, 대통령 아무개가 참석하며, 정당 대표 아무개들이 다 참석한다며 생난리들을 치기 시작, 온종일 ‘광주민주화운동’을 둘러싼 정치 쇼들이 하루의 톱뉴스 면을 찬란하게 장식하였다.

‘갑오동학농민혁명’은 세계 5대 혁명이다. 세계 5대혁명으로는 대체로, 독일 농민전쟁(1524) · 프랑스혁명(1789) · 중국 태평천국혁명(1840) · 갑오동학농민혁명(1894) · 러시아혁명(1905) 등을 일컫는다. ‘혁명’이란 어떤 ‘시대’ 안에서의 운동이 아니라, 한 ‘시대’를 뛰어넘는 운동,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시대로 나아간 운동을 말한다.

우리나라 ‘현대’의 ‘주도적 지배’ 세력의 흐름을 그 이전 시대와는 전혀 다른 시대로 바꾼 ‘혁명’은 바로 ‘갑오동학농민혁명(1894)’이라는 것은, 일찍이 단재 신채호 선생이 특히 강조하신 이래, 우리가 다 아는 상식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중적인 역사인식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 ‘갑오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을 정하는 데에도 정읍 · 고창 · 부안 · 전주가 제각기 자기들 중심으로 다툼이 일어, 12년 동안의 지역 다툼 끝에 2019년 3월 31일에사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다.

앞서 말한 대로, ‘혁명’과 ‘운동’은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 전자는 앞서 말한 대로 ‘어떤 시대’를 바꾼 운동이고, ‘운동’은 그 시대 내에서의 정치적 운동을 말한다. 이렇게 보면, 전자는 시대를 ‘초월하여’ 정치를 바꾼 혁신적인 운동이고, 후자는 같은 시대 ‘안에서’ 어떤 정치적인 방향을 쇄신한 운동이다. 이런 면에서 ‘갑오동학농민혁명’은 ‘혁명’이라 부르고, ‘광주민주화운동’은 ‘운동’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런 두 역사적인 날들이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고 있는 현실도 요상하려니와, 이 두 기념일 날의 기념식 행사를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이 나라 정치인들과 주도 매스컴들은 ‘갑오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은 정부 차관급 인사가 겨우 나타나 얼굴을 내밀고 소위 중앙 방송국들은 보도도 제대로 하지를 않고,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는 대통령, 정당대표 등이 모두 나타나 생난리를 피우는 형세가 지금의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요, 역사인식의 현주소이다.

또한, 오늘날 지식인, 작가 할 것 없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갑오동학농민혁명’이 실패한 혁명이라는 생각에 깊이 빠져 있는 것도 현실이다. ‘갑오동학농민혁명’의 결과로 이루어진 ‘갑오개혁’이라는 것도 모르는 무식의 소치이다.

벌써 한 38년 전, ‘갑오동학농민혁명’ 지도자 김내남의 직계 증손자인 김환옥 옹을, 김개남 장군이 사시던 정읍시 산외면 동곡리 지금실로 찾아가 만났을 때, 그분이 하시던 또랑또랑한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생색하다.

“꺼적때기 하나시, 비단 자손”이란 말이 있어요. 저그 하나시가 아무리 대단혀도 그 자식덜이 저그 하나시를 꺼적때기 취급을 허면, 그 하나시와 자손이 모다 ‘꺼적때기’가 되는 것이고, 아무리 그 사식덜이 꺼적때기라도, 저그 하나시를 ‘비단’으루 잘 놉혀 모시면, 꺼쩍때기 하나시도 비단이 되고, 그 자식덜도 비단이 된다, 이 말씀이요.“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그 어떤 이름난 정치인도 ‘갑오동학농민혁명’ 기념일에는 참석을 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고, 이제는 ‘갑오동학농민혁명’을 헌법 전문에 넣지 말고, ‘광주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신 나간 사람들도 나타나는 모양이다.

오월이 가고 유월이 왔지만, 이런 슬픔을 가눌 길이 없어, 여기에 몇 마디 이렇게 적는 것이다. ‘꺼적때기 하나시, 비단 자손’, ‘오월’이 되면 우리가 다시금 깊이 되새겨 보아야만할 격언이다.

‘갑오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 우리나라 국가 공식 공휴일로 지정되어, 전북인 · 호남인은 물론 온 국민이, 제 나라가 어떻게 어떤 역동적인 역사적 계기를 거쳐서 오늘날의 이런 세계 6대 무역국 민주국가로 발전하게 되었는지를 곰곰 생각해볼 수 있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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