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 이야기로 보존의 의미와 가치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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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과학자(지은이 윤미희, 펴낸 곳 걷는사람)'는 작가들의 동시대성 탐구와 희곡 개발 과정을 함께하는 국립극단의 프로젝트로, 탄생과 소멸, 그리고 부활의 이야기다.“다 의미 있어요. 이 세상에 의미 없는 건 없어요”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이야기 속 이야기로 보존의 의미와 가치를 찾았다. 대부분의 옛것들이 형체를 알 수 없게 되었거나 우주의 먼지로 변해 버린 미래. 쓸모없는 것들은 이제 그만 보존해야 하지 않을까를 두고 전문가들이 논의하는 가운데, 보존과학자1은 아주 낡고 보잘것없는 물건의 진실에 다가가고자 애쓴다. 한편, 현재 이곳에는 한 가족이 있다. 하루 종일 텔레비전 앞에만 앉아 있는 아버지, 사업에 실패한 후 자리를 못 잡고 있는 첫째, 꿈에 가닿지 못해 포기 직전인 둘째, 돈을 벌기 위해 전공과 다른 일을 하는 셋째가 각자의 문과 싸우고 있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된 어떤 문 앞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문은 자꾸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기를 반복한다. 어느 순간부터 시간이 뒤섞이며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가 된다. 이 책은 유한한 시간의 균열 속에서 무너지고 사라져 버린 것들을 어떻게 다시 복원하고 보존시킬 것인가를 상징적이고 문학적인 언어를 통해 펼쳐 나가는 작품이다. 세상 속의 무의미, 무가치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며 유한한 존재이기에 소멸이 두렵다고 말하는 작가지만, 사실은 소멸의 이야기를 통해 보존과 복원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전 작품에서 꾸준히 ‘소멸’을 이야기해 온 윤미희 작가는 ‘보존과학자’에게 무한한 생명력을 느끼고, 이 희곡을 써 나갔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보존’해야 할까. 시간을 가로지른 만남은 ‘오늘’의 우리에게 질문한다. 돈이 없다고, 재능이 없다고, 학위가 없다고, 꿈이 없다고, 집이 없다고, 이룬 게 없다고, ‘쪼다 같은 인생들’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워지는, 그 세계를 우리는 이미 안다. 텔레비전을 안식처 삼다 마침내는 텔레비전 속으로 들어가 버린‘ 평범한 아버지’와 그의 세 자식들의 생생한 ‘현재’ 이야기가 극장 밖 현실을 끊임없이 상기해 온 터, 미래의 보존과학실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오늘’과 중첩된다. 인간 너머 비인간 사물을 아우르는 확장된 시선으로 ‘오늘’을 다시금 마주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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