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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네 개 국가에서 살아가는 아홉 명의 인물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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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선 '몬순(지은이 이소연, 펴낸 곳 걷는사람)'은 미래 가상의 네 개 국가에서 살아가는 아홉 명의 인물을 설정, 소속 국가도, 처한 상황도 다른 이들의 면면을 통해 전쟁이 평범한 개인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계절풍을 뜻하는 단어 ‘몬순’은 비를 동반한 바람이다. 예외 없이 모두의 몸을 통과하고 흠뻑 적신다. 이 작품은 전쟁의 참상에 고통받는 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그 주변부, 아무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은 일상이 지속되는 곳에도 파편처럼 스며든 전쟁의 그림자를 그린다. 작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는 일은 간단치 않다. 누군가에게는 전쟁이 졸업 작품의 소재가, 누군가에게는 유명 사진작가로 거듭나기 위한 피사체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근무하는 회사의 주 수입원이 된다. 자신도 모르는 새 전쟁으로 벌어들인 돈이 자신을 먹여 살리고 있기도 하며, 무기 회사는 무기 판매뿐 아니라 다양한 복지 사업을 통해 나름대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결국 이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한 모두가 전쟁의 공모자이면서 피해자라는 무력함을 촘촘한 서사로 엮어 보여 주는 이 작품은 그럼에도 굴복하지 않고 행동하는 인물들을 통해 변화의 씨앗을 보여 준다. 지은이는 “전쟁을 기준으로 지금 내가 어디쯤 위치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었는지를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시작했다”고 전한다. 지은이는 유튜브 생중계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불현듯 생경하게 느껴져 '몬순'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지금 전쟁은 나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전래의 ‘전쟁이야기’는 쓰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 어떤 방식으로 전장(戰場)을 재현하든, 스펙터클한 전래의 ‘전쟁이야기’들은 우리가 그 전쟁으로부터 멀디먼 안전한 자리에 있음을 안도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으로, 객석과 무대를 가로질러 극장을 가득 채우는 ‘몬순’을 쓴다.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에 속지 않고 그 이야기를 이기기 위해” 작가 이소연은 새로운 이야기를 썼다. (……) 기실 비이자 바람이며, 재해이자 축복인 ‘몬순’은 전쟁에 대한 은유로 환원될 수 없다. 실체는 언제나 상징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몬순'은 이처럼 전쟁을 ‘몬순’에 빗대는 자신의 시도가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스스로 고백하며, 이야기로 환원될 수없는 존재의 두께를 상기시킨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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