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지은이 최인, 출판 글여울)'는 지은이의 네번째 장편소설로, 칼날 같은 바람을 뚫고 2023년 1월, 세상에 나왔다. 처음에는 250매 분량의 중편으로 쓰여졌다. 이후 문예지에 발표까지 했던 터라 언젠가는 출간하리라, 최인은 생각했다. 그러던 2022년 어느 봄날, 그는 불길한 꿈을 꿨다. 자전거를 타던 중이었고, 자전거 도로 양옆에는 벚꽃이 만개했다.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에 취해 있는 순간, 오른쪽 숲속에서 커다란 사자가 양발을 벌리고 내 몸과 자전거를 동시에 덮쳤다. 나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필사적으로 사자의 발톱을 피했고, 사자는 자신의 중량과 속도를 이기지 못한 채, 반대편 쪽 바위에 머리를 부딪치고 쓰러졌다. 그때 뒤따라오던 자전거가 사자의 몸을 깔아뭉개고 재빨리 도망쳤다. 나는 남자를 따라 도망치려다가 ‘죽어 가는 생명체를 내버려 두고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숨이 넘어가는 사자의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작가의 말) 이후 깨어난 사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신이 할 유일한 선행은 그대로 내 밥이 되는 것이오.” (p3/작가의 말) 사자는 목숨을 구해준 자를 잡아먹으려 이빨을 드러냈고, 최인은 그대로 잠에서 깨어났다. ‘악(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유(思惟)에 깊이 매료된 작가는 집필해 두었던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를 꺼냈다. 그는 2개월 만에 초고 2000매를 집필했으며, 그 후 4개월간 탈고해 소설을 완성시켰다.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는 철저히 악마화 된 인간, 인간을 대신해 죽은 신, 천사를 타락시키는 악마를 서사시적으로 묘사한 소설이다. 이 작품은 신의 종말, 천사의 저주, 악마의 죽음, 인간의 타락, 짐승의 멸종을 진지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논하고, 노래하고, 회억(回憶)한다. 이 역설적이면서도 부조리한 회억은 과거를 되새기고, 반성하고,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저주와 조소와 비난의 읊조림이다. 이미 죽어서 궤란(潰爛)의 무덤 속에 자리 잡은 미래는 신조차도 살릴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 그 되살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인간은 차라리 창조주를 어둠의 동공 속으로 던져 버린다. 그리하여 인간으로부터 버림 받은 신과 천사와 악마는 궤란의 무덤 속에서 스스로의 죽음을 재확인한다. 이 작품은 현대를 그리고 있지만 과거의 인물이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기행문이지만 선지자와 짐승을 운율적으로 표현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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