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세기 프랑스의 니콜라 르블랑이 세탁소다를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하면서 비누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이 됐다. 우리에게도 한 세대 전쯤 ‘다이얼 비누’같은 브랜드 비누가 생활화됐지만 여전히 비누는 손을 씻고, 옷을 세탁하는 용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최근 들어 비누를 아트공예의 하나로 취미삼아 만드는 이들이 늘었지만 그야말로 ‘취미’ 수준을 크게 뛰어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전주 기전여고 부근에 ‘올어바웃 솝’이라는 비누 공예 전문점을 연 하예빈 대표는 “비누 그 이상의 비누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 대표는 비누에 천년 역사를 지닌 전주의 자랑거리를 담아 한옥마을같은 관광지를 찾는 전주 여행객들에게 추억과 기념이 될 ‘굿즈(goods) 상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그래서 하 대표가 최근 내놓은 이른바 비누 굿즈 상품은 정겨운 한옥풍경을 비누에 새긴 제품으로 입소문을 타고 주문이 늘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 한 해 1,000만 관광객이 찾는다는데 그들이 전주에 와서 뭔가 체험하고 오랜 추억을 기억할 굿즈를 만들고 싶더라고요”
하 대표는 특히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하며 비누를 만들어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예상 밖으로 신청자가 많았다”는 소개다. 서둘러 매장을 열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 대표는 말 그대로 디자인적으로 예쁘고, 기념할만한 비누를 만들고 있지만 궁극 목표는 인체에 무해한 비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의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이 인류를 죽음으로부터 가장 많이 구해낸 물품 1위로 비누를 꼽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매일 손발을 씻을 수 있게 되면서 감염병과 질병으로부터 목숨을 구했다는 거죠” 현대에 들어서 흔하고 값싼 비누와 여러 세정제가 많아졌지만 “자신의 피부와 체질에 맞는 비누를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자신만의 비누를 만들도록 돕고 싶다는 포부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이른바 ‘인생비누’를 만들도록 돕고, 그런 비누를 만들겠다는 게 하 대표의 의지이자 모토다.
매장 내 숙성실을 갖춘 것도 이 때문이다. 비누는 오일과 물, 가성소다를 혼합해 만드는 것으로 가성소다 자체가 산도가 매우 높은 화학물질이라는 것. 따라서 숙성과정을 통해 이를 순화하고, 직접 사용할 때 조금이라도 자극을 없애주는 것이다.
금잔화 꽃과 해바라기 오일을 섞어 만든 비누를 숙성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 대표가 비누와 인연을 맺고 ‘인생비누’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진 것은 몇 해 전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권유로 비누 만들기 체험을 하면서부터다.
“원래 손재주가 있어 무엇이든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한데 비누 체험에 가보니 비누 향에 매료되고 한없이 행복하더라고요” 그 이후 하 대표는 한국아로마디자인협회(KAA) 디자인 비누 1·2 레벨, 바바앤유(샴푸비 과정),SDH(국제디자인수공예협회) 입욕제 과정, 한국디자인공예협회 제로웨이스트 과정 등을 잇달아 이수해 이론을 심화하고 실기를 연마했다.
하 대표의 전문성과 재주가 알려지면서 제주 관광대를 비롯한 대학과 기업 등에서 강의 요청도 줄을 이었다.
하 대표는 올어바웃 솝을 “대한민국 비누공예와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다”는 거창한 꿈을 꾼다. 당장 이곳에서 비누 만들기 체험과 만들기 강좌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미 젊은 관광객들이 알음알음 체험 신청이 늘고 있다. 자신만의 비누를 만들어 사용하려는 이들에게 어떤 비누가 최적의 비누인지 함께 연구하고, 제작하는 컨설팅도 할 예정이다.
“지난 2019년부터 비누가 공산품이 아닌 화장품이 되면서 제품판매를 위해서는 적합한 시설을 갖추고 허가도 얻어야 해서 준비 중이에요”
오는 6월부터는 정식 제조사 허가를 얻어 전주관광 굿즈를 관광객은 물론 전주와 자기 기업, 상품을 홍보하려는 기업에도 판매할 계획이다. /복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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