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전주시 권위주의 행정을 개탄한다”. 전주시의회 한승우 의원은 1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전주시청 로비 한편을 지켰다. 시의원의 1인 시위는 스피드케이트(출입통제시스템)가 작동되면서 시작됐다.
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 12월19일 설치된 스피드게이트는 한 달여간의 시범운영을 거치고 이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민원실과 1층 도서관 이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엘리베이터와 중앙계단 이용 시 출입통제시스템을 통과해야 하는데, 하필 이곳은 시장실로 가는 길목이다.
시가 내세운 출입통제의 명분은 청사 방호다. 일부단체의 불법 점거나 민원인의 소란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도 3차 추경을 통해 이 예산을 세울 때도 청원경찰의 부상이 첫 번째 이유가 됐다. 시 관계자는 “일부 단체의 청사 불법점거를 막다 청원경찰이 6주 이상의 상해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이후 내부적으로 출입통제시스템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직원보호를 위해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당장 이날 열린 시의원의 피켓시위가 대표적이다. 한승우 의원은 “‘소통’을 이유로 스피드케이트를 개방하거나 없애는 지자체가 늘고 있는데 전주시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권위주의적 사고에서 출발한 시대를 거스르는 행정이다”고 힐난했다. 이어 “이미 집회 시 청사 폐쇄가 이뤄지고 있고, 시에서 우려하는 물리적 충돌 및 불법점거 역시 게이트가 막을 수는 없다”면서 “청사방호가 목적이었다면 예산이 세워진 전임시장 때 바로 집행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청사방호는 명분일 뿐 결국 우범기 시장의 정치적 철학과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도 ‘불통행정의 상징’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논평을 통해 “지자체 청사 입구에 설치된 차단게이트는 불통의 상징으로 자리잡아왔다”며 “민선8기 들어 여러 지자체는 이를 철거하거나 운영을 중단하고 있는데 전주시는 운영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실제 경기 성남과 수원시, 강원 원주시 등은 지난해 지방선거 후 소통을 이유로 차단게이트를 철거했다. 의정부시와 구리시, 오산시도 출입통제시스템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이들은 “전주시의 출입통제시스템 운영은 누구의 목소리를 막기 위함이냐”며 불통 행보를 멈추고 차단게이트를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업무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가 하면 “불필요한 시설”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간부급 공무원은 “복지나 청소 등 민원이 몰리는 부서는 본청이 아닌 별관에 있기 때문에 사실상 출입통제시스템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불통 지적이 나오자 시는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시 관계자는 “민원인과 소통하지 않겠다거나, 무조건 막겠다는 게 아니다”면서 “민원 목적과 부서가 달라 헤매는 불편을 줄이고, 안내까지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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