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휴머니즘의 세 흐름(지은이 이동신, 출판 갈무리)'은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한 관심이 인간중심주의의 재생산으로 귀결되기도 한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테크놀로지를 통해서 변화한다는 진단을 내릴 때도, 동물과 자연을 전보다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주장할 때도 사람과 사물의 이분법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 이분법을 해체하지 않는 한 인간중심주의를 반복할 위험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포스트휴머니즘은 인간중심주의를 경계하면서 우리 시대에 비인간 존재들이 내리는 가장 절실한 지시를 따르는 것이다. 기후위기와 인류세 시대의 삶의 방식에 관한 실천적 고민은 그렇게 답을 찾기 시작한다. 포스트휴머니즘 사유를 대표하는 사상가들인 캐서린 헤일스, 캐리 울프, 그레이엄 하먼은 각각 테크놀로지, 동물, 사물의 영역에서 비인간 존재와의 관계를 급진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포스트휴머니즘의 세 흐름』은 이러한 생각들의 연결과 공조의 방법을 모색한다. 테크놀로지로써 어떤 물질적 조건도 극복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기술만능주의 미래관을 실현 불가능한 것이자 인간중심주의 관점의 발현으로 보는 캐서린 헤일스는 포스트휴머니즘을 본격적인 학문 분야로 발전시켰다. 헤일스는 몸이 기술적 조건과 완전히 얽히면서 생기는 복잡성에 주목하면서 포스트휴먼은 체현된 존재이고 테크놀로지를 통해 몸을 버리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몸을 더 절실하게 느끼는 존재라고 말한다. 캐리 울프는 휴머니즘이 표방하는 독립적인 인간이라는 개념이 비인간, 특히 동물과의 자의적 구분을 통해서 만들어졌고 동물로서의 인간을 부정한 결과임에 주목하며, 종중심주의(speciesism)에 대한 비판을 진행한다. 울프는 인간이라는 시스템이 필연적으로 동물의 흔적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드러내어 그 시스템의 순수성과 독립성을 해체하고자 한다. 객체지향 존재론의 창시자인 그레이엄 하먼은 하이데거 철학의 도구에 관한 논의를 확장시켜서 인간도 다른 사물과 마찬가지로 “도구존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객체가 매혹적이고 놀라운 존재이다. 그러므로 하먼은 관계망으로 주로 이해되던 사물의 복잡성과 역동성을 개별 사물에 되돌려주고자 한다.
지은이는 헤일스, 울프, 하먼의 공조도 그런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 독자는 헤일스의 포스트휴머니즘에서 부족한 비인간 논의를 울프에서 찾고, 울프의 포스트휴머니즘에서 부족한 사물 논의를 하먼에서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먼의 철학이 추상적으로 들릴 때 헤일스와 울프의 논의는 현실을 돌아보게 할 것이고, 세 사상가의 공조는 그렇게 포스트휴머니즘을 유연하면서도 치밀한 논의의 장으로 만들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은이가 '포스트휴머니즘의 세 흐름'에서 시도한 공조의 사유 실험은 독자가 각자의 삶에서 인류 공통의 위기를 돌파할 또 다른 공조의 실험 기회를 모색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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