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文華路)이야기 꽃]신뢰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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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재(한국지역사회문화연구소 대표)







우리 사회가 수축사회로 진입했다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가 이어지는 것 같다. 일단 추세가 그랬고, 진행 속도가 너무 급속으로 뻗어간다. 그러다 보니 우선은 사회안정을 소망한다.

누구나 낙관에 기대어 새해를 출발한다. 우리 사회 앞길에 희망을 묶어 한 발 더 내딛는 내 생각은 우선 안정이다. 양적인 확대보다 신중하고 좀 더 창발적으로 접근해 새로운 방식 모색을 기대한다. 그동안 구호처럼 외쳤던 자본주의 한계를 극복하거나, 글로벌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는 거창한 생각은 좀 뒤로 미루자. 우선은 우리 모두가 안심 안전한 세간살이로 텃자리를 잡아 가면 좋겠다.

코로나19 집단감염 때 우리는 ‘자기책임사회’라는 말로 위로하며 지냈다. 급변하는 세상을 한탄만 하기에는 너무 급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일에 우리가 걱정을 제일 많이하고 실제로 대비도 잘했었다. 한국인의 89%는 ‘감염병=국가중대 위협’이라고 인식했다고 한다. 걱정을 하는 인구의 비율이 선진 14개국 중 가장 높은 비율(미국 퓨리서치센터조사, 20.9.8, 14개국 대상, 1만4천명 조사)이었다. 자기책임사회라고 하는 생각은 이처럼 국가에 중대한 위협이 될 일이니, 스스로 알아서 잘해야 국가가 위험에 빠지지 않는다는 생각인 것이다. 사회가 힘든데 나만 혼자 잘 처리하고 잘 살자는 생각이 아닌 것이다. 유럽 사람들은 우리와 달리 걱정을 가장 적게하고 자기 맘 가는대로 살아버렸다. 방역테크닉상 지금와서 유럽이나 우리나 결국은 비슷한데 괜히 법석을 떨었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나 나는 다른 점을 본다.

우리는 왜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한 것일까? 뭔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라는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급박한 상황에서도 우리가 믿는 것은 세 가지 정도였다. 의학과 전문지식에 대한 신뢰가 첫 번째 였다. 세계적인 기술발달은 물론이지만, 우리나라 제약업체들이 좋은 약을 신속하게 만들어 왔다. 첨단 정보기술이나 막연한 기술주도 사회라는 점을 믿은 것은 아니다. 두 번째 믿는 것은 정부역할 이었다. 그동안 행정국가 관행에 비춰 정부가 제시한 지침을 시민들이 믿고 따른 것이다. 공공신뢰가 누적되어 있었다. 정치인들은 여기에 편승하지 말라. 셋째는 개인 자유와 타인 존중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 온 유학정신 기반의 신뢰였다. 조선유학 덕분에 우리는 나처럼 남을 의식하고 배려하는 DNA를 지니고 산다. 특히 어려울 때, 환난이 닥쳤을 때는 나 대신 우리를 먼저 생각한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은 이 세가지 가운데서 기술만 믿는다. 공공이나 타인 존중은 글쎄다.

그렇다, 문제는 신뢰였다. 코로나 19 집단감염이 우리 사회에 가르쳐 준 것은 신뢰가 먼저라는 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뢰문제를 찾아보니 내 생각이 거의 맏다. 우리나라는 그간 신뢰낮은 사회로 평가되었다.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신뢰사회, 공공성 높은 사회로 인신이 바뀌었다. 영국 레가툼연구소(2019)는 우리나라를 세계번영지수 167개국 중 28번째 살기좋은 나라라고 보았다. 그렇지만, 구성원간 상호신뢰 협조 네트워크는 145위 수준으로 평가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사회관계자본 연구 전문가인데 그동안 우리나라를 ‘저신뢰국가’라고 불렀다.

코로나 진행 중에 한국리서치 조사(20.3.13)에서는 ‘신뢰할만한 사회’(61%)로 평가가 나왔다. 이 수준을 신뢰국가라고 장담하기가 애매하지만, 불신국가로 단정할 수는 없다. 더구나 기술, 정부, 심성에 대한 신뢰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신뢰확보국가로 결론 내리고 싶다.

신뢰사회라는 근거는 사회적거리두기같은 자기의무를 너무도 아름답게 실천했고, 공공방역시스템을 믿고 존중하며 따랐었기 때문이다. 신뢰할 만한 사회라고 평가할 정도로 도약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생각건대: 정부권고에 따라 자기의무를 잘 실천, 사회적 거리두기에 자발적으로 자체하고 따른 점이 작용한 것도 사회문화적으로 공동으로 인식하고 공동으로 시동을 하면서 창발적인 접근으로 나아가는 시도들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모두가 상호 유기적으로 긍정에너지를 만들어 내서 가능한 변화다.

위기는 사회와 정부에 대한 신뢰성을 시험하는 계기다. 우리는 지난 어두운 시간들 동안 공동체 구성원의 윤리적 행동 표출을 시험했고, 긍정적인 결론을 얻었다. 지금 경제가 어렵고 사회가 불안한 것도 우리를 시험하는 또 다른 장이라고 본다. 일단 먼저 믿어야 뭐를 하든 할 것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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