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둠벙
12월 22일은 일년 중 밤이 가장 길고 해가 가장 짧다는 동지이다. 추위와 함께 길고 긴 밤이 지나간다. 매서운 바람과 함께 눈이 내려야 하나 이번 동지는 겨울비로 대체된 듯하다. 해가 가장 짧다는 건 반대로 해가 다시 길어짐을 의미한다. 동지는 24절기 중 22째이며, 뒤로 소한, 대한이 지나면 입춘이니 긴 겨울 끝에 봄이 가까이 다가옴을 알리고 있다. 겨울이 되면 눈이 내려 대지를 덮는다. 덮힌 눈 속에서 대기의 찬바람을 피할 수 있게 된 생명들이 얼어 죽지 않고 겨울을 견디어 낸다. 온천지에 내려 생명을 살려낸 겨울 눈은 다시 생명을 살리는 일에 나선다. 봄과 함께 녹아 물이 되어 흘러 내려 봄날에 피어나야 할 식물과 동물에겐 생명수가 된다.
최근 논면적은 감소하는 반면, 밭면적은 증가하고 있다. 작물은 기본적으로 물을 필요로 한다. 논은 당연하게도 봄부터 가을까지 벼를 키우기 위해 물을 댄다. 주로 이앙기에 물을 많이 필요로 하였지만 최근 밭면적 증가에 따라 겨울을 보내는 작물 재배도 늘어나면서 사시사철 물이 필요한 농경지가 늘고 있다. 벼를 키우던 논을 밭으로 전환하여 벼 대신 밭작물을 키우기도 한다. 여름엔 참깨. 콩, 고구마, 가을엔 들깨, 무, 배추 등의 작물에 물을 대야 한다. 겨울을 보내는 보리, 밀, 마늘, 양파도 물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 월동작물인 보리, 밀, 마늘, 양파는 물을 먹고 성장하여 곡식을 맺고 구근을 키운다. 작물이 물을 얼마나 빨아 들여 마시느냐에 따라 수확량이 줄거나 늘게 된다. 아직까지도 일반인의 뇌리에 둠벙하면 논 옆에 위치하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논과 밭 면적의 비중에 변화가 오면서 둠벙의 실제 상황도 바뀌고 있다. 둠벙이 논 옆에선 하나 둘씩 사라져 가고 있지만 밭과 하우스 옆에선 새로 만드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농업인이 스스로 나서서 조성하는 이유는 본인 소유의 땅에 웅덩이를 빠르게 만들고 물을 담아 두었다가 필요한 시기에 일시에 농경지에 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강우량이 불안정한 여름 외의 시기에는 비가 내릴 때 미리 물을 저장해 둘 장소가 필요하다. 논에 적용하던 둠벙을 밭에 확대 적용하면 가능해진다. 물론 저수지도 있다. 저수지와 둠벙의 큰 차이점은 조성에 걸리는 시간이다. 저수지는 최소한 시군 지자체 또는 국가가 움직여야 한다. 계획과 예산을 수립하고 토지를 매입해야 하며 대규모 공사이기에 1년내지 2년 안에 바로 조성되기가 쉽지 않다. 가뭄기 주변 작물재배지에 물 공급이 시급한 상황에서 1년 이상은 먼 이야기이다. 둠벙은 팔 자리만 정해지면 한나절만에도 조성이 가능하니 필요할 땐 언제든지 조성할 수 있어 눈 앞의 가뭄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요긴한 가뭄 극복 방법이다. 저수지 조성은 장기적이고 둠벙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작물을 키우기 위해 비는 자주도, 드문 드문도 아니고 적당하게 적당한 간격으로 내려야 한다.
한국은 물 부족 국가로 알려져 있다. 강우량은 적지 않지만 연중 강우량 대부분은 여름에 집중되어 흘러 내려가 그대로 유실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농업 현장에선 연중 잦은 가뭄으로 물에 목말라한다. 물을 저장하고 이용한 선조들의 지혜를 다시 살려 농경지 변화에 발 맞추어 연중 가뭄을 대비하기 위해 사시사철 이용이 가능한 둠벙을 조성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전북도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 농업환경과 농업생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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