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우리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땅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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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해방과 국가의 재발명(지은이 보아벤투라 드 소우자 산투스, 옮긴이 안태환, 출판 갈무리)'은 2007년 볼리비아 제헌의회가 추진되면서 신헌법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측의 치열한 갈등이 벌어지는 와중에 진행된 보아벤투라 드 소우자 산투스의 강연과 대담을 수록하고 있다. 복수국민국가 철학은 자연과 생태를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수평적 공존의 대상으로서 존중하는 안데스 원주민의 “좋은 삶” 철학과 연결되면서, 자연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를 열망하는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준다. 콜롬비아의 한 대학의 민법 강의실에서 토지 거래와 개인 재산권에 대한 설명을 듣던 원주민 학생이 교수에게 말했다. “우리 공동체에서 토지 매매는 불가능합니다. 땅이 우리에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땅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교수가 답했다. “나는 지금 지식을 가르치고 있고,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보아벤투라 드 소우자 산투스가 콜롬비아에서 정의와 민주주의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법대 1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의 조교가 겪은 일이다. 드 소우자 산투스는 '사회해방과 국가의 재발명'에 수록된 발표문들에서 여러 차례 이 사례를 언급한다. 산투스는 민법 교수가 “내가 가르치는 것이 지식”이라고 선언한 그 순간 원주민 학생은 지식을 모르는 무지한 자가 되었다고 본다. 민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원주민 공동체에서 배운 고유의 지식을 잊어야만 한다. 저자에 따르면 대학은 과학 지식의 단일문화를 방어하고 역사상 가장 극적인 범죄인 ‘인식론적 살해’에 공모해온 기관이다. ‘인식론적 살해’는 농민의 지식, 원주민의 지식, 아프리카계 후손의 지식에 죽음을 선고한 것이다. 그리고 지식의 죽음은 이 지식을 사용하는 사회 집단을 살해한 것과도 같았다. 산투스는 볼리비아의 원주민 대중과 연대하고 있다. 그들의 투쟁의 현명함에 대해서 감동을 표현하고, 그들의 투쟁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음을 강조한다. 상호문화성, 탈식민성, 지식의 생태학, 인식론적 살해 같은 개념들을 활용하여 볼리비아 신헌법이 좀더 급진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제시하고, 앞으로 불어닥칠 위험들을 미리 예방하자고 제안한다. 산투스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극소수가 부를 축적하는 동안 대다수는 기초가 무너지고 있다는 느낌 속에서 고통을 겪는 세계라고 본다. 이런 시대에는 지구의 ‘남’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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