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석훈(국립무형유산원 학예연구사)
지난 2021년 7월, 제4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목록에 최종 등재되었다. 한국의 갯벌은 고창갯벌, 보성-순천갯벌, 서천갯벌, 신안갯벌 등 5개 지자체에 걸쳐 있는 4개의 갯벌이 포함되었다. 우리 바다의 허파 갯벌은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하여 지구 생물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 서식지이자 멸종위기 철새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착지로서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게 되었다.
이에 대한 현안 사항도 적지 않다. 국내적으로는 유네스코 갯벌 세계자연유산보전본부의 유치를 두고 고창, 신안, 서천 3곳의 지자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북 고창은 생물권보전지역으로서 생태학적 가치가 크고, 주변에 습지와 고인돌 등 연계 가능한 자원이 풍부한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남 신안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갯벌 면적이 월등히 크다는 점, 충남 서천은 수도권의 접근성과 국립생태원과의 연계성 등을 강점으로 두고 지자체별로 지역 갯벌의 가치와 콘텐츠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의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2025년까지 9개 갯벌을 추가해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를 추진한다. 이를 위하여 한국은 올해 2단계 등재를 위한 기초연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등재 신청서를 작성하여 2023년까지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기 등재된 갯벌의 체계적인 관리와 향후 등재시킬 갯벌에 대한 효과적인 설명논리 구축 모두를 이행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한편 ‘세계유산협약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의 등재 기준에는 “전통 사회와 지역사회의 활동을 포함한 인간 활동은 종종 자연 지역에서 일어”나며, “이러한 활동은 해당 지역에서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하며 그 지역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부합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보호와 관리’ 지침에서는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모든 유산이 “전통적인 보호와 관리 체계를 갖추어야” 함을 조항에 넣어 자연유산의 지속적인 보호에 있어 인류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갯벌이 오랜 역사 동안 고유의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주된 바탕은 갯벌어로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통적으로 우리의 갯벌은 개인이 소유할 수 없었고, 어촌공동체의 중축을 이루는 어촌계가 그 관리를 전담했다. 갯벌 어로는 어촌계를 통해 허가받은 마을 주민만 할 수 있으며, 외지인들은 함부로 갯벌의 어족자원에 접근할 수 없다. 갯벌에서의 마을어업은 배타적 성격이 강하며 생업 주체의 결속력이 매우 높다. 오늘날 어촌관광에서 인기가 좋은 갯벌체험 프로그램도 어촌계가 주도하여 진행한다. 어촌계의 존재를 빼고서 갯벌을 논하기 어렵다. 문화재청은 오랜 역사를 간직한 갯벌어로와 어업공동체의 중요성을 인정하여 2021년 12월에 ‘갯벌어로’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였다.
갯벌을 숨 쉬도록 기능하는 어족자원은 이를 채취하여 생계를 꾸려 온 어민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그 생명력을 보장받는 형태로 적응하여왔다. 반대로 어민들은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조간대의 토질 즉, 펏갯벌, 모래갯벌, 혼합갯벌, 자갈갯벌 등의 특징에 맞게 어로작업의 다양성을 창출하였다. 펄갯벌의 뻘배, 모래갯벌의 긁게ㆍ써레ㆍ갈퀴, 혼합갯벌의 호미ㆍ쇠스랑ㆍ가래, 자갈갯벌의 조새 등 땅과 물의 성질과 그 안에 사는 생물의 속성을 고려하여 수많은 어구어법을 개발하였다.
또한, 지역에 따라 도깨비고사, 갯제, 등빠루놀이 등 갯벌어로와 관련한 생산 의례들이 확인된다. 모두 어족자원과 생태계의 건강함과 생업활동의 원만함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역시 세계유산 등재와 보호 활동의 논리로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오늘날에는 이를 활용한 갯벌체험 관광 프로그램이 지역별로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의 갯벌 생태계 관리에 대한 방책 마련도 시급하다.
자연유산을 정의하는 것은 결국 우리 인류이다.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으로서의 면모와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갯벌의 관리를 중추적으로 끌고 가는 어촌계에 대한 논의를 전면으로 올려야 한다. 또한, 이들이 영속해 왔던 다양한 무형유산도 적극적으로 기초연구에 담아 우리 갯벌의 입체적인 매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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