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독립 자주국이 못 되는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최근 본인의 페이스북에 직접 남긴 글의 제목이다.
정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한민국의 위축된 외교 상황과 입지를 탄식했다.
“몇 년 만에 페북에 글을 쓰게 됐다. 그 동기는 엊그제 신문을 보다가 얼굴이 뜨거워지는 모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양국이 마땅히 견지해야 할 5개 원칙을 제시하면서 첫 번째로 ‘한중은 독립 자주를 견지해야 하며 외부의 장애를 받지 말아야 한다’고 포장했지만 이 말은 우리를 향해 한국은 자주독립국이 못된다는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놀라운 것은 이 말에 대한 우리 측 외교장관의 발언과 발표문, 보도 내용 자체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전 장관에 따르면 나머지 4개항은 근린 우호 견지, 개방협력 견지, 평등 존중 견지(내정 불간섭), 다자주의 견지 등 한국의 새 정부를 향한 중국의 외교정책 노선이었다.
정동영 전 장관은 “무엇보다도 독립 자주를 견지하라는 말은 우리의 아픈 역사의 상처를 건드리는 말”이라는 점에서 문제 의식이 사실상 전무한 현 정부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특히 “1894년 남의 나라 땅 조선에서 벌인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패전국인 청나라와 맺은 시모노세키조약 1조에서 ‘청국은 조선이 독립 자주국임을 확인한다’라고 선언케 했다”며 “이는 조선에 대한 청의 종주권을 포기시키고 조선을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당시 선언은 동아시아에서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신흥 일본의 패권질서로 넘어가는 전환적 상징적 사건이 됐다.
정동영 전 장관은 “한국은 19세기 말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과 20세기의 전쟁과 분단의 아픔과 가난을 딛고 세계 10위의 경제강국이자 세계 6위의 군사강국으로 도약한 당당한 자주독립국가”라면서 외교 관계에서 자존감 유지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중국이 힘을 갖게 됐다고 해서 한국을 향해 독립 자주를 견지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127년 전 시모노세키 조약에서 일본이 청국을 압박해 조선이 독립 자주국임을 선언하게 만든 것과 데자뷔를 이룬다”며 “앞으로는 미국 편에 서지 말고 중국의 말을 들으라는 대국주의적 오만이자 패권국가의 모습이 분명하다”고 우려 목소리를 냈다.
정동영 전 장관은 “이번 발언은 우리 입장에서는 견디기 힘든 국가적 모욕”이라며 “우리 나라 외교부 장관이 왕이 부장의 말을 듣기만 하고 당당하게 반박하지 못한 것은 잘못된 일이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의식 부재 역시 충격”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우리는 자주독립국으로서 어떤 문제를 어느 국가와 협의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우리가 결정하고 한국민은 결연히 두 번 다시 일본이나 중국 등 타국에 복속되거나 선택을 강요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어야 맞다”며 “이번 왕이 부장의 발언은 평화 5원칙에 대한 배신이자 자신의 국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부터 패권질서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실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 나라의 존엄성은 내가 지킨다는 확고한 주체성이 필수적이다. 동북아의 지정학과 지경학은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화시키고 있다”며 “우리가 당당한 원칙과 태도를 견지한다면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쉽게 우리를 모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우리는 분단국가의 설움과 불리함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통일된 8천만 한반도를 감히 누가 독립성과 자주성을 폄훼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정치적 자주성과 경제적 자립성 그리고 안보적 자위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 강영희 기자 kang@sjbnews.com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