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상노동 ― 지구적 생명경제 속의 조직 기증자와 피실험대상(지은이 멜린다 쿠퍼, 캐서린 월드비, 옮긴이 한광희, 박진희, 출판 갈무리)'은 자기 신체를 실험 도구로 처분하는 사람을 임상노동자라고 명명한다. 오늘날 전 세계의 불안정 노동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고위험 1상 임상시험에 참여한다. 생명과학 산업은 대규모의 아직 공인되지 않은 이 노동력에 의존한다. 이는 신체 내로 실험적 약물를 투입하는 경험, 호르몬 변형, 침습적인 생의학 과정, 사정, 조직 추출, 임신 등을 수반하는 과정이다. 이 시장은 계급과 인종에 따라 고도로 층화되어 있다. 지은이들은 이러한 모든 노동 형식을 임상노동(clinical labor)이라 부른다. 임상노동 시장 형성의 배경에는 포스트포드주의 경제의 출현이 있다. 포스트포드주의 체제에서 기업의 수직적 해체가 이루어지고 정규 노동시장이 축소되면서 피고용자 개인들은 제도적인 노동보호를 받지 못하는 임상노동에 의지하게 됐다.
또 보조생식기술 개발 등의 생식의학과 줄기세포 기술 발전과 같은 생명공학 기술 혁신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생의학 혁신으로 배아와 난자가 여성 신체로부터 분리 가능하게 되면서 유럽 난모세포 시장, 인도 수태 대리모 시장 같은 전 지구적 거래 시장이 가능해졌다. 이 과정에서 거래는 ‘백인성’을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동유럽인 여성 난모세포에 대한 수요 증가로 나타난다. 또 대리모의 유전적 조성과 무관한 인종의 아이를 출산하는 것이 기술 혁신으로 가능해짐에 따라 수태대리모 시장이 인도에서 확산하게 됐다. 한편, 줄기세포 기술 혁신은 난모세포나 대리모와는 다른 방식으로 여성의 참여 노동을 변화시킨다고 분석한다. 배아줄기세포 생성은 난자 혹은 잉여배아 기증 여성에게 과배란 노동 참여, 약물투여 위험 감내, 배아에 대한 모성적 감정으로 인한 스트레스 인내 등을 요구한다. 이 책은 이런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줄기세포 연구란 가능하지 않은 것인데 이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음을 비판한다. 특히 기존 페미니즘적 설명에서도 이에 대한 분석이 적합하게 수행되지 못했다고 본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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