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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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시인·정읍문화유산연구회 이사장)





장마다. 6월 하순에 시작해 7월 하순에 끝난다는 장마가 올해는 일주일가량 빨리 시작되었다. 장맛비가 봄 가뭄으로 타들어 가던 대지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세상이 푸릇푸릇하다. 장마는 길다는 뜻의 한자 ‘長’에 비를 뜻하는 우리말 ‘마’가 합쳐진 단어로 장마철엔 이틀에 한 번꼴로 비가 온다고 한다. 차고 습한 북쪽 오호츠크해 기단과 덥고 습한 남쪽 북태평양 기단이 만나 정체되면서 시작하며, 이 기간에 내리는 비의 양이 년 중 강수량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일본의 바이우(梅雨), 중국의 메이유(梅雨)와 함께 동아시아 여름철 계절풍 기후다.

생명은 물에서 왔다는 게 정설이다. 우주 강국들이 위성을 쏘아 올려 맨 먼저 하는 일이 별에서 물을 찾는 일이다. 지하에 물이 존재하는지, 지상에 물 흐른 흔적이 있는지 등으로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미래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연구한다. 지구에는 물이 있다. 물의 생성에 몇 가지 설이 있지만 어쨌든 생명체의 필수 조건인 물이 있다. 인류의 4대 문명 발상지도 모두 물이 풍부한 곳이다. 황하 유역의 중국 문명이 그렇고 인더스강 유역 문명, 나일강 유역 이집트 문명, 티그리스 유프라테스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그렇다.

지구 표면의 70%가 물로 덮여있으며, 우리 몸의 70%가 물이라고 한다. 목숨 붙은 것들 물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다. 우리의 주식인 밥이 되는 쌀은 물 없이는 단 한 톨도 생산이 불가하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천수답(天水畓)이 있었다. 하늘바라기 논이었다. 하늘에서 비를 주셔야 농사지을 수 있었다. 그래서 농사는 하늘과 사람이 반반씩 짓는다고 했을 것이다. 물은 목숨이다. 그러니 인디언 어느 부족은 금방이라도 숨이 멎는 듯한 절박함에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냈으리라.

기상이변이 잦다.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오존층을 파괴한다. 도를 넘는 인간의 식탐도 기상이변에 일조한다. 사육 식용동물이 늘어나 공해가 심각하다고 한다. 트림과 방귀, 소 한 마리가 배출하는 메탄가스 등 배출가스가 소형 자동차 한 대와 맞먹는단다. 기상이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 상승으로 인도양 몰디브 같은 섬나라는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하지 않는가. 유럽에 폭우 피해가 심각하고 미국, 호주는 벌써 몇 달째 비가 내리지 않아 산불이 계속 번지고 있다. 기상이변은 결국 물로 귀결된다.

수자원 확보가 식량, 에너지에 이어 이미 중요한 국가안보의 하나가 되었다. 지자체 간 물 다툼이 잦다. 국가 간에도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메콩강은 중국,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주요국을 흐른다. 그런 메콩강 상류에 중국이 11개의 댐을 막아 물을 독식하니 분쟁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메콩강뿐 아니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의 나일강, 미국과 멕시코의 리오그란데강 등 물을 두고 나라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옛날 옛적 우리네 아버지들의 물꼬 싸움이 아니다.

물은 공평하다. 너와 나를 가리지 않는다. 길을 끊기면 기다리고 막으면 돌아간다. 순리를 역행하지 않는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노자가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고 했다. 물은 순환하다.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땅에서 증발하여 하늘로 올라가고 또 눈으로 비로 와 이 땅의 온갖 생명을 건사한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겐 당연한 일이겠으나, 휘발유보다 비싼 물을 사 먹을 줄 상상이나 했던가. 이제 물을 물로 보면 안 된다. 물 무서운 줄 모르면 큰코다친다. 물을 물 쓰듯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유엔이 분류한 물 부족국가다. 불 난리는 재라도 남기지만, 물난리는 재도 남기지 않는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었다. 자연관리도 사람 사는 일도 억지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 물 흐르듯 해야 할 일이다. 하지 지나면 구름장마다 비가 들었다는데, 먹구름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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