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목미술관이 12일부터 25일까지 '전북의 불꽃Ⅰ'전을 갖는다.이 전시는 한국화, 서양화 등 회화 24점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100호 이상의 대형 회화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만큼 작가별 작품별 특유의 강렬한 아우라가 전시장에 가득하다.전시는 송만규, 송지호, 이강원, 이주리 등 4명의 작가를 집중 조명한다. 전시 참여 작가들은 우리 지역 시각예술계의 중추이며 자부심과 긍지가 되는 위치에 있다. 이번 전시는 전북 출신의 중견에서 신진 사이의 작가를 집중 조명, 시각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송만규 작가는 섬진강을 부감(俯瞰)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포착한 8장면의 사계(四季)를 32장의 대형 화폭에 담았다. 계절마다 산기슭에서 산꼭대기로 오르내리며 가슴에 던져주는 메시지가 인상 깊게 남아있는 여덟 곳의 사계절에 집중한 대서사적 작업이다. 전시는 그 32점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서 가장 멀고 길게 볼 수 있는 '왕시루봉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선보인다.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밤낮 구분 없이 몇 번이고 왕시루봉을 오르내렸다.
송지호 작가는 동시대 다양한 캐릭터들이 대중화되는 점에 착안,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표현하는 방식을 택한다. 자신의 아이와 함께 그림으로 소통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익살스럽고 동화적인 상상력이 구현되기도 한다. 일상 속의 소소한 감사와 소중함이 작업으로 연결된다. 작가와 아이가 똑같이 ‘토끼띠’라는 사적인 정체성의 기호가 작가의 작업을 통해 보편성의 위치를 점유하게 된다. 더 행복한 존재, 더 기쁜 날들, 함께하면 더 감사한 가족과 삶의 순간들을 구현함으로써 보는 이들이 저절로 평안과 기쁨을 느끼도록 뿜뿜 행복 에너지를 선사한다.
이강원 작가는 삶이 만드는 흔적과 궤적을 빛과 주름이라는 형상으로 구현한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작업하는 작가는 일상의 사물에 비친 빛과 주름을 통해 우리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빛에 대한 새로운 탐구와 탄소섬유를 이용한 평면 회화의 입체성은 신선한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사물의 존재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는 한 단위로서 주름을 끊임없이 분화하는 잠재성으로 보았다. 거기서 부분들은 어떤 응집력을 유지하는 더 작은 주름으로 무한히 분할된다고 믿었다. 들뢰즈는 연속된 물체의 구분은 입자가 아니라 주름 잡힌 종이나 막 같은 것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그것은 점이나 최소단위로 분해되지 않고 무한히 작은 주름을 갖는다는 개념을 도출한다. 들뢰즈의 주름 개념으로 작가의 작업을 살펴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이주리 작가는 삶에는 완벽한 안착도 완벽한 탈피도 없으며, 인간은 상반된 그것에 대한 끝없는 욕망으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안착이란 ‘마음의 흔들림 없이 어떤 곳에 착실하게 자리 잡다’이며 탈피는 ‘낡은 습관, 양식,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 삶의 모순과 이중성을 드러냄으로써, 우리 삶이 안착과 탈피라는 두 가지 명제 속에서 갈등하고 실현되고 있음을 인식하게 하며 거기서 행복의 지점을 찾아보라고 제안한다. ‘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에 주목하는 작가의 작업은 동시대 삶의 행태 중 사물과 사건이 접속, 만들어내는 배치의 두 양상인 정주(定住)와 유목(遊牧)에 연관된 사유를 촉발한다. 또 그 이미지는 좌우나 상하가 명확히 구별되거나 확정되지 않아 가상현실이나 증강 현실 등 미래에 익숙해질 새로운 차원 속의 시공간을 환기한다. 다르게 보면 인간의 속성을 그대로 지닌 신(神)들의 이야기로서 동시대 신화(神話)를 환기하는 등 다채로운 해석이 가능한 화면이다.
이 전시는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주관의‘2022 민간문화시설 기획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된 사업으로 열리게 됐다. 같은 사업에서 두 번째 전시로 우리 지역의 중견에서 신진 사이의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전북의 불꽃Ⅱ'전은 다음달 18일부터 29일까지 열릴 예정이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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