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승현(지속가능발전연구소 소장)
며칠 전 예쁜 딸 아이를 둔 서울 부부는 고창에서 숙박하며 이곳저곳을 다녀 보았는데, 도시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자연의 순수함과 따스함, 여기저기에서 반겨주는 이름 모를 산새들의 향연, 풀벌레 소리, 새끼 다람쥐의 서커스, 진녹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무와 숲, 신비스런 기암괴석, 천혜의 자연경관을 보면서 고창에 살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다고 행복한 미소를 나에게 던져 주었다. 잠시 내 어깨가 으쓱해졌지만, 그 가족이 고창에 와서 생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일자리, 주거 문제, 딸아이의 교육 문제 등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걱정이 순간 나의 뇌리를 스쳐 갔다. 많은 사람은 고창의 비옥한 황토와 청정한 공기, 충분한 일조량 등의 부존자원과 유기농 먹거리가 풍부하고 산과 들, 강, 바다, 세계문화유산 들이 어우러진 생태문화역사 도시의 매력에 흠뻑 취해서 우리 지역으로 귀농 귀촌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다 그러하듯이 급속도로 고령화되어가는 지방의 소멸 위기는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불안 요소임은 분명하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청년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젊은 부부의 웃음소리가 삶의 현장에 퍼져나가며, 젊은이와 노인들이 마주하고 있는 평화롭고 행복한 이웃의 풍경을 보고 싶은 소망은 필자만이 소유하고픈 욕심은 아닐 것이다. 음식을 맛깔스럽게 하는 특별한 맛집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수고로움을 뒤로한 채 우리의 발길이 반드시 찾아가는 것처럼, 꼭 가고 싶고, 살고 싶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
필자가 공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사례 중에 기업유치팀장 당시 모든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유기농 우유와 그 제품들을 생산 유통하는 친환경 기업을 고창에 유치했다는 뿌듯함은 지금도 나를 설레게 한다. 작년 할로윈 축제 때 8,000여 명이 다녀간 파머스 빌리지 상하 농원은 꼬마농부들이 고사리손으로 직접 농사짓는 유기농 텃밭부터 동물농장, 허브농원, 치즈, 소세지, 빵 공방 체험, 유기농 우유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커피, 물놀이장, 유기농 조식 뷔페가 곁들여진 파머스빌리지 호텔, 국회의원들도 자주 찾는 샐러드 피자 레스토랑, 유기농 야채와 춤을 추는 쌈밥 한식 레스토랑, 유기농 구름빵, 각종 수제 치즈와 소세지, 친환경 제품들과 전통 먹을거리가 즐비한 갤러리와 삽 등이 찾아오는 이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고인이 되신 창업주의 유기농 목장 조성과 생산기술 개발은 거시적인 안목과 통찰력이 발휘된 보석 같은 기업의 최고 가치실현이었으며, 국가와 지역사회에 공헌함은 물론 생명을 살리는 선한 영향력의 모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역인재를 양성하는 분야에서도 지속적인 장학금 지원은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 전반의 희노애락에 끊임없이 봉사해 오고 있으며, 요즈음 기업의 대세로 떠오른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ence) 기업경영의 표본을 실천하는 친환경 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약칭으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기업의 성과만을 기대했던 기존의 가치관에서 주요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기업이 책임 경영활동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 우리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행동을 할 것이라는 가치관으로 변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글로벌기업들과 국내 대기업이 앞장서서 기후변화, 탄소중립, RE100(전력100% 재생에너지)등 캠페인과 실천으로 옮기는 착한 활동들이 바로 ESG기업들의 사례인 것이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면 청년들이 돌아오는 ESG기업을 많이 유치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모든 구성원이 존엄과 평등, 그리고 건강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공정하며,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보장된 사회와 깨끗하고 안정적인 환경이 지속가능성에 기초하여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만 가능하다. 어느 한 분야의 역할이 아닌 군민 모두와 각 기관과 사회단체, 출향인사, 국회의원, 기업가, 향우회 등이 똘똘 뭉쳐 청년이 돌아오는 친환경 ESG 기업 유치에 올인할 때 우리 눈앞에 닥친 지방의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우리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갈망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답은 간단하다. 미래세대에게 지금보다는 더 나은 지속가능한 고창을 물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만 친환경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분야로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과 우리의 삶, 일상에서 친환경적, 생태적인 사고와 의식, 태도로 탈바꿈하는 결단도 병행되어야 한다,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의 저자 비 존슨이 부르짖는 5R 운동 - 필요하지 않는 것 거절하기, 줄이기, 재사용하기, 재활용하기, 썩히기를 노트에 써 내려가며 오늘도 다짐한다.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 중에서 “설령 고약한 이웃이 있더라도 그저 더 좋은 이웃이 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야, 착한 아들을 원한다면 먼저 좋은 아빠가 되는 거고 좋은 아빠를 원한다면 먼저 좋은 아들이 되어야겠지...간단히 말해서 세상을 바꾸는 단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자신을 바꾸는 거야“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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