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길목]달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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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호(군산대학교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교수)





달은 지구의 유일한 위성으로서 지구의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며, 일상적으로 관찰되는 천체 중에서 가장 친근한 존재이기도 하다. 달은 약 30일을 주기로 지구의 주위를 공전하면서 매일 그 모습을 조금씩 바꾼다. 그래서 인류는 달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주기로 하여 날짜를 계산하였다. 바로 태음력의 기원이다.

달과 지구는 약 38만 Km의 거리를 두고 서로 당기는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이 힘은 달의 공전 위치에 따라 지구상의 바닷물을 끌어당기고 놓기를 반복하여 밀물과 썰물을 만들어준다. 이 조석의 변화는 육지와 바다의 중간에 갯벌지대를 만들어 수중 생물이 뭍에 오를 수 있게 하였다. 인류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육상 동물들의 기원이 된 것이다.

달과 지구의 관계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이루어지기 훨씬 전부터 달은 인류의 정서와 문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음은 모든 고대 문명이 공통적으로 달과 관련된 신화를 가지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의 달에 관한 신화 중 하나로 잘 알려진 것은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항아분월(嫦娥奔月) 고사이다. 천상의 전설적인 궁수 예(&;)는 천제의 아들을 죽인 죄로 아내 항아와 함께 인간세상으로 쫓겨난다. 예는 다시 신이 되고자 하는 항아를 위하여 곤륜산 서쪽의 서왕모에게서 불사약을 구해온다. 이 약은 둘이 나눠 먹으면 둘 다 불로장생하지만 혼자 먹으면 신선이 되어 하늘로 가게 되는 것이었다. 항아는 신선이 될 욕심으로 불사약을 혼자 다 먹고 달(月宮)로 피신하지만 결국 배신의 벌을 받아 아름다운 모습을 잃고 두꺼비로 변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두꺼비로 변하기 전 항아의 모습이 남아서 아름다운 여인을 월궁항아(月宮嫦娥)라고 한다.

서양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셀레네(Selene)는 티탄(Titan)신족의 12신 중 태양신인 히페리온의 딸인데, 아름다운 목동 엔디미온(Endymion)의 모습에 반하여 사랑에 빠지게 된다. 셀레네는 엔디미온이 언젠가는 죽을 인간임을 안타깝게 여겨 제우스신에게 영원히 죽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제우스는 엔디미온을 영원히 잠들게 하고 셀레네는 밤마다 잠든 엔디미온을 찾아가서 그와의 사이에 50명의 자녀를 낳는다. 신화 속에 나오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후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수많은 시와 그림의 소재가 된다.

최근 한국의 청년 창업가들이 만들어서 국제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던 암호화폐 생태계가 갑자기 몰락하여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테라(Terra)와 루나(Luna) 이야기이다. 테라는 미국달러(USD)와 같은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이며, 이 테라의 가치 안정화를 위해서 만들어진 보완적 암호화폐의 이름인 루나는 셀레네와 동일시되는 로마신화의 여신이다. 설계한 사람이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구(Terra)의 안정화를 위한 보조 코인이 달(Luna)이라는 발상이 신선하다. 그러나 현실속의 루나 코인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 한 때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대상이 하루아침에 신기루처럼 스러지고 있는 사태에 대한 투자자들의 상실감을 누가, 어떻게 치유할지 막연하기만 하다. 부디 달(Luna)의 몰락이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고 수습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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