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文華路)이야기 꽃]박사골엔 마을연금이 있다

기사 대표 이미지

/이흥재(한국지역사회문화연구소 대표)







나는 지역의 아름다운 사회문화 이야기를 발굴 확산시키면서 보람을 느낀다. 지역의 사회, 문화, 경제, 복지가 서로 함께 진화하는 공진화(coevolution)에 이르는 길을 여기에서 찾는다.

이번에는 내 고향 박사골 친구의 창의적 발상을 자랑삼아 전하고 싶다. 오늘 아침에 어머니와 통화를 하면서 밝은 목소리로 새 소식을 전해 들었다.

“80이 넘은 마을 노인들에게 다달이 10만원씩 연금을 주기로 해서 받았다”는 것이다. 오늘은 노인들 치매치료 강의가 있어서 그 곳에 마실을 가려고 준비 중이라고 하시며 한마디 덧붙인다.

“아, 글씨. 돈 줄때만 나가서 받고 이럴 때 빠지면 안됭개, 일찌감치 나가있을라고 혀,,”

코끝이 찡했다. 박사골은 그냥 이름만 박사골이 아니다. 이렇게 마을연금을 지급하는 곳이 두 마을이나 된다. 순전히 자발적으로 펼치는 활동이다. 두 마을 다 내 친구들이 나서서 적극 추진한 덕분에 성사가 되어서 그 사정을 잘 안다. 마을연금을 추진 중인 것을 알면서도 나는 어머니께 미리 알려드리지 않았다. 깜짝 이벤트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근질근질한 입을 꼭 누르고 있었다. 행복한 자랑이니 좀 참고 읽어주시기 바란다.

박사골 버스정류장 부근 어느 집 담벼락에는 그림과 곁들여 마을 캐치프레이즈를 써 놓았다.

“우리 마을은 꽃 대궐이다. 길가에 핀 꽃, 만나면 웃음꽃, 서로서로 이야기꽃, 언제나 사랑스런 얼굴 낯꽃이다”.

여기에 새로 호박꽃이 넝쿨 채 들어오는 마을연금이 생겼다. 요즘 돈 10만원이 주는 감동은 뭐 크겠냐, 차라리 모아서 마을 큰일에 쓰면 더 좋지라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단다. 더구나 정기적으로 들어 갈 돈은 어떻게 마련하며, 주다가 못주게 되면 실망이 더 클 텐데 어떻게 감당할려느냐는 핀잔도 받았단다.

추진하는 친구는 작지만 돈은 여러 가지를 연결해준다고 생각했다. 마을이 통째로 행복해지는 일이라고 믿었단다.

사실 이 돈은 마을의 단체를 이끌어가는 분들이 받는 돈을 모아서 돌려주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이장, 부녀회장, 청년회장, 발전협의회장, 노인회장 들이 받는 그 적은 수고료를 모아서 어르신들께 쥐어주는 ‘생존선물’이다. 사실 이 지도자들이 마음을 하나로 합친 일이 더 대단한 것이다.

그들은 원래부터 그렇게 살았었다. 마을의 논이 탑을 쌓은 것처럼 층층이 생겨서 ‘탑전마을’로 불린다. 순전히 윗 논의 베푸는 마음으로 아랫 논이 농사를 짓는다. 길가에 ‘동냥아치고개’가 있는데 마을에서 밥을 얻은 동냥아치들이 햇빛 잘 드는 이곳에 모여서 밥을 먹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로 나누며 챙기는 상조 인심이 넘쳤던 곳이다.

박사골은 사람이 재산이다. 새로운 생각을 낳고 실천하기에 사람이 동물과 다르다. 인공지능이나 로봇과는 사뭇 다르다. ‘인간의 외부화’를 혁명적으로 이뤄내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이제 정말 챙겨야 하는 ‘지역자본’은 따뜻한 심성이다. 노인이 노인을 돌봐야 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공동체가 살아갈 방식을 디자인하는 모델이 박사골에 있다.

후배 하나가 고향으로 돌아오려고 부모님이 사시던 집터를 새로 닦으며 마당에 회화나무 한그루를 먼저 심어둔 것을 보았다. 회화나무는 선비, 학자나무라고 불린다. 생각이 늘 자유로운 학자처럼 자기 자라고 싶은 대로 자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굳어버린 기존 삶의 틀을 깨트리고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이 세상을 구할 박사를 기다리는 나무였다.

박사골 내 친구의 선구적이고 창의적인 지혜가 농촌사회문화의 솟대가 될 것으로 본다. 인구과소, 저출산, 노령화의 ‘과저노삼각파도’를 이겨 낼 전략으로 널리널리 퍼트릴 만한 민들레꽃 같은 생각이다. 큰 물이 흐르던 바다실에는 우리들이 쏘라고 부르던 소용돌이치는 곳이 있다. 그곳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소용돌이치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지혜로운 생존방식으로 행복한 ‘마을만들기’를 생각해야 한다. 자랑스런 내 친구처럼 말이다.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