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을 맞이하는 해돋이
아침이다. 깊은 밤이었다. 누군가는 밤샘과 뒤척임으로 섞여 있을 것이다. 기나긴 시간의 불면증에 시달린다 해도 아침은 분명하게 온다. 새로운 시간이 열린다. 하루 24시간. 일 년 12달 한 달에 2번씩 보름마다 24절기. 그리고 60년마다 한 번씩 도는 동양적인 주기가 있다고 한다. 그 주기가 말한다. 경칩이 지나면 완연한 봄이 온다 했잖아. 주변을 보렴.
아침이 열리듯 올해도 긴 차가움을 뚫고 봄이 왔다. 하루를 알리듯 새벽녘의 동틀 무렵의 아름다운 빛처럼 온 들판이 일 년을 맞이하기 위한 꽃잔치를 열기 시작했다. 며칠 전 온종일 내린 비가 신호였다. 긴 가뭄 뒤이기도 했다. 하루가 다르게 꽃들이 피어오른다. 들판에 푸른 봄까치꽃이 융단처럼 펼쳐진 지 여러 날이 지났다. 그제는 민들레, 오늘은 고마리다. 잡풀로 뒤덮인 듯 보이는 넓으면서도 낮은 들판은 이제 곧 봄맞이하는 꽃들로 뒤덮일 것이다. 어제부터는 나무도 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첫눈에 들어온 것이 매화였다. 흰 매화뿐이랴. 뉘 집인지 모르는 담장 위로 홍매화가 붉은 은하수 별처럼 피어올랐다. 오늘은 노란빛 산수유다. 검갈색의 들판과 마을이 갑자기 화사해졌다. 머지않아 메말랐던 과수원을 분홍빛 복사꽃과 새하얀 배꽃이 뒤덮으리라. 그 아래 초지엔 꽃자리가 펼쳐지리라.

△민들레, 봄까치꽃, 고마리, 봄맞이꽃이 함께 어우러져있다.
올망졸망 작디작은 듯 화사한 꽃 사이로 나물도 넘쳐나기 시작했다. 신약을 개발할 누군가에게는 돈이 될 신물질을 추출한 유전자원이 널려있는 곳이다. 가족의 주린 배를 채워야 할 아낙에게는 하루 한 끼 재료를 얻어내야 할 소중한 식량창고였다. 보리밭은 푸르느다. 겨울 눈에 얼어버린 잎을 밀치고 봄비를 맞으며 새로 정렬하였다. 서너 잎 보이던 쑥은 자리를 잡고 제 색을 내기 시작했다. 둠벙 구석에 자리한 미나리는 순을 내밀어 주변 상황을 보고 있는 듯하다. 논밭 사이 물가에 황새냉이가 쪼르르 꽃을 피워 올린 지 2주가 지났다. 겨우내 추우면 얼고 해 비치면 잎 한 자락 내며 그 자리를 지켰다. 한 조각 떼어 잎에 넣으니 살짝 매콤한 듯 겨자 맛 비스름한 신선한 맛이 올라온다. 서양 허브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찾는 피자에 올라가는 크레송 맛과 다름없다. 냉이도 종류가 하도 많아야지. 잎이 비슷비슷한 녀석들이 서로 엉기어 여기저기 널찍하게 펼치면서 봄빛 한 줌 봄비 한 방울 빨아올리느라 여념이 없다. 하얀 별꽃 사이로 어린 순을 데쳐 먹는 분홍빛 광대나물은 봄까치꽃과 서로 어울려 들판을 채운다. 여름 들판을 점령하는 억센 듯 보이는 키 큰 개망초는 어린 순으로 땅바닥에 붙어 있다. 길가에 질경이가 보인다. 위에 좋다며 씨앗을 훑어가던 어르신이 생각난다. 요녀석들 한 소쿠리 캐어 된장, 고추장에 비벼 먹어야 한다. 아니 그냥 기름 한 방울 둘러도 좋다. 남은 녀석은 국을 끓여 먹어야 한다.
온 들판이 봄나물로 넘쳐나기 시작하건만 논둑 밭둑 봄나물 캐는 처자는 보이지 않는다. 농촌 일손이 부족하여 봄나물도 찾아볼 여력이 없다기보단 그만큼 우리의 삶이 풍족해졌기 때문이라 믿고 싶다. 돌아오는 주말, 가족과 함께 봄나물 나들이도 좋을 것이다. 이 자그마한 들풀이 여름 하지를 지나면서 어떠한 꽃을 피우고 어떻게 사그라들며, 어떻게 가을을 맞이하는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어 보아도 좋을 것만 같다./전북도농업기술원 연구개발국 농업환경과 농업생태실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