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일 오후 전주역에서 부모가 고향을 방문했던 자녀를 배웅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한 세 번째 설 명절이 지났다. 설을 앞두고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각 지자체는 이동·만남 자제 등 협조를 호소했고, 방역당국은 쉬지 않고 선별진료소를 가동하며 감염병 차단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기대했던 ‘연휴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확진자 수는 매일같이 역대 최다기록을 다시 썼다. 이 탓인지 관광지와 번화가 등 일부 현장의 분위기도 지난 명절 연휴와 사뭇 달랐다.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으면서 명절 당일 거리는 한산하기만 했다. 코로나와 함께한 세 번째 설 명절의 모습을 담아봤다.
▲ “날씨까지 안 도와준다” 관광지 한산
설 당일인 지난 1일 오후 전주한옥마을. 추운 날씨 탓인지 이곳을 찾은 나들이객의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귀도리와 털배자 등으로 중무장한 꼬마들도 “엄마 추워”라며 실내로 숨어들기 바빴다. 평소 같았으면 색색의 한복으로 물들었을 거리도, 이날만큼은 검은색 패딩군단에 자리를 내줬다. 6살 난 손녀와 한옥마을을 찾은 박학수(68)씨는 “손녀에게 이것저것 보여주고 싶었는데, 날이 추워 공쳤다. 나온 지 30분도 안 됐는데 집에 가려한다”고 말했다.
명절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의 얼굴에는 미소대신 근심이 자리 잡았다. “예쁜 한복 보고가세요” “맛있는 꼬치 있어요” 등 호객행위에도 힘이 없었다. 한 음식점 관계자는 “코로나 탓인지 주말부터 손님이 없었는데, 날씨까지 추워져 손님이 더 없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휴를 맞은 밤거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주 송천동 먹자골목은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휴무안내가 걸렸다. 불 켜진 가게 안에도 손님이 있는 테이블은 2~3개에 불과했다. 시곗바늘이 ‘9시’를 가리키면 손님이 쏟아지던 거리도 한산하기만 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48)씨는 “오후 4시부터 문을 열었는데 수익은 17만원이 전부”라며 “재료값과 공과금,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완전 적자다. 올 명절은 가게 문을 열지 않은 사장님들이 승자”라고 토로했다.
▲ 한복 대신 방호복…연휴 잊은 방역요원
의료진과 공무원들은 이번 설에도 한복 대신 방호복을 입었다. 시청 공무원들은 자가격리자관리와 역학조사 등에 투입됐고, 선별진료소 의료진들도 검사자들을 위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현장을 지켰다. 2일 선별진료소에서 만난 한 의료진은 “앞선 명절에는 보통 마지막 날 검사자가 몰렸는데, 이번엔 확산세를 의식한 탓인지 명절 내내 검사자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증명하듯 선별진료소 주변으로는 긴 줄이 늘어졌다. 100명 안팎의 대기자에 지쳐 돌아가는 이들도 나왔다. 네 식구와 함께 2일 덕진선별진료소를 찾은 김모(48·전주 호성동)씨는 “점심시간 이후 오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벌써 40분 째 대기하고 있다”며 “완주선별진료소는 사람이 좀 없다고 해서 이동할까 고민 중이다”고 했다.
지난달 29일부터 2월1일 0시 기준 도내 진단검사 수는 5만여 건을 넘겼다. 이는 의료기관 검사 건수가 제외된 것으로 실제 검사자는 더 많을 것이라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검사 인원이 늘면서 현장에는 신속 항원검사도 도입됐다. 전주시보건소 관계자는 “대기자가 많아서 증상이나 역학적 연관성이 없는 경우는 신속 항원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최전방에 의료진과 공무원이 있었다면, 후방에서는 자원봉사자 등이 감염 예방에 앞장섰다. 전주한옥마을에서는 방역수칙도우미들이 연휴 기간 내내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을 안내했다. 전주역은 이용객들이 몰릴 것을 감안해 대합실 소독·살균에 힘썼다.
▲ 연휴 끝, 일상 복귀…아쉬움 보다 코로나 걱정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일 오후 1시 전주역. 일상 복귀를 위한 움직임에 속도가 붙었다. 양손 가득 부모의 사랑을 챙긴 이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기차에 몸을 실었다. “건강해야 한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배웅에 나선 이들은 기차가 떠날 때까지 가족의 곁을 지켰다.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손을 맞대는가 하면, 떠나가는 기차를 향해 끝까지 손을 흔드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황인숙(여·66)씨는 “코로나 인원제한 때문에 이번 설 명절에도 딸과 손주들만 다녀갔다. 추석 때는 코로나로 주변 눈치 안 보고 딸 내외와 놀러다니고 싶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가족배웅 없이 혼자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다. 용산행 열차를 기다리던 박은주(여·31)씨는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부모님과는 역 앞에서 헤어졌다”면서 “어버이날 때는 감염 걱정 없이 부모님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설 연휴 기간 급증한 확진자 수에 일상 복귀에 대한 아쉬움보다 두려움이 크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 2일 낮 12시 기준 전주지역 확진자는 413명을 기록했다. 하룻밤 사이 약 2배 늘었다. 워킹맘 조혜영(38·송천동)씨는 “확진자 수가 400명이 넘었다는 안내문자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면서 “5살 난 아이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긴급보육을 하고 있는데 확진자가 늘어 걱정이다. 휴가를 내고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할지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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